지난달 은행 수시입출식 등 예금에 36조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일단 단기 상품 위주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은행 수신잔액은 1770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5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 규모는 지난 2014년12월(52조원)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 수신액은 실세요구불 예금을 포함한 수시입출식 예금과 정기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을 합한 규모다.
그중에서도 언제든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에만 한 달 새 38조6000억원이 몰려 704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2월(10조원) 수준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컸다. 한은은 기업의 결제성 자금과 지방정부 단기여유 자금 등이 유입되면서 큰 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단기 상품인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도 15조2000억원의 자급이 유입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2월중 두 달간 몰린 자금이 38조7000억원에 달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대기 자금’ 성격이 짙다.
수시입출식 예금을 비롯해 MMF 등 단기 상품에 돈이 몰리는 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많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일단 자금을 묻어두고 관망하려는 경향이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나서는 추세다.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 증가액은 3조3000억원으로 2019년 10월(3조600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모펀드 이슈에, 코로나19 사태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처를 못잧은 자금이 단기 유동성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며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건 아니지만 시장이 매우 경직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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