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롯데-SK 등
코로나 여파로 별도 행사 생략… 대신 직원들에 하루 휴가 주기로
임직원 봉사활동도 축소하기로
“저희 생일은 조용히 보낼 예정입니다.”
삼성,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이달 말부터 다음 달까지 그룹 창립기념일을 연이어 맞이한다. 하지만 한목소리로 “별도 행사는 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과거에 비해 그룹이 직접 나서서 창립기념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실물경제 및 금융 위기 조짐을 촉발한 상황에서 창립기념일 행사보다 사업 역량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15일 삼성은 이달 22일 창립 82주년을 맞이하지만 별도의 행사는 준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흔히 10주년 단위로 끊어지는 기념적인 의미가 있는 해도 아니고, 널리 알리는 행사를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출발점은 1938년 3월 1일, 대구 중구 인교동 길가 지상 4층짜리 건물에 입주한 ‘주식회사 삼성상회’였다. 이후 1987년 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이 창립 50주년인 1988년 3월 22일에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3월 22일이 회사 창립기념일이 됐다.
삼성은 창립 50주년 당시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임직원 1만 명을 모아 대대적인 행사를 치른 이후 대규모 기념행사는 자제해 왔다. 60주년인 1998년엔 외환위기가 닥쳤고, 70주년인 2008년에는 금융위기뿐 아니라 삼성이 특검 수사를 받기도 했다. 80주년인 2018년에도 삼성 80년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사내 방영하는 것으로 조촐하게 보내면서 계열사별로 임직원들이 창립기념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시 유럽 출장길에 올라 실질적인 사업 구상에 힘을 더 쏟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3년 전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며 그룹의 역할과 의미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가 계열사별로 각각 사업 목표에 더 집중하라는 뜻에서 큰 행사를 치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도 창립기념일인 이달 27일에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고, 예년처럼 4월 둘째 주 금요일(올해 10일)에 일제히 휴무를 갖는다. 휴일이 다른 날보다 적은 4월 달에 휴식을 준다는 취지다. LG그룹은 1947년 1월 5일 락희화학공업 설립과 함께 탄생했다. 1995년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회사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면서 3월 27일로 창립기념일을 바꿨다.
SK그룹은 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이 창립한 다음 달 8일,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창립일인 다음 달 3일이 각각 그룹 창립기념일이다. 이들 그룹 역시 별도 행사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 SK는 그룹 창립기념일보다 각 계열사 창립기념일에 맞춰 하루 휴무를 주고, 롯데는 전 직원들에게 창립기념일 휴무일을 주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한다.
올해에는 대규모 창립기념 행사뿐 아니라 내부 행사마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 관계자는 “매년 창립기념일에 맞춰 임원들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기여를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임직원 봉사활동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 관계자는 “최근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행사들을 축소해온 데다 코로나19 확산세에 기업마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상당수가 재택근무에 나설 정도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사내 이벤트도 엄두를 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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