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들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망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연이은 신차 출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 지배구조 변화 기대감 등으로 전망이 밝았다.
그러나 1월 말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중국에서는 이동제한 조치에 소비자의 외부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다. 자동차의 주요 판매 채널인 딜러점의 80%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2월 중국자동차 소매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78.7%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타격은 더 컸다. 현대차의 2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85.9% 감소했고, 도매판매는 고작 1000대에 그치며 97.4% 줄었다. 기아차 사정도 비슷하다. 두 회사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판매 부진을 겪다 올해부터 브랜드 재건 작업을 추진하려던 시점이라 타격은 더 크다.
중국의 공장 가동률 하락은 한국 생산라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는 2만 개 이상의 부품이 결합돼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한 개의 부품이라도 조달이 되지 않으면 생산이 불가능하다. 중국에서 거의 100% 조달하던 와이어링하네스(전기 배선 시스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한국 공장도 멈췄다. 2월 현대차는 8만 대, 기아차는 4만 대의 생산 차질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19로 처음에는 생산이 이슈가 됐지만, 이제는 수요가 더 큰 문제다. 앞서 중국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 활동 위축은 자동차 수요 급감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는 이제 유럽, 미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각국 정부는 자국민 활동 제한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1분기(1∼3월) 중국에서 나타났던 판매 부진은 2분기(4∼6월) 유럽과 미국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도 한국 자동차 산업에 불리한 환경이다. 산유국 간의 감산 합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저유가의 고착화는 이제 컨센서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유가는 중동,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이미 2015년 전후 저유가에 따른 신흥국 화폐가치 급락, 자동차 수요 감소를 경험했다. 현대·기아차의 신흥시장 판매 비중은 각각 35.6% 및 26.1%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높다.
국내 내수와 선진국 자동차 수요 둔화는 하반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만, 신흥국의 수요 둔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전체 주식시장의 회복은 비교적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종의 주가 회복은 아쉽게도 다른 업종보다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연초 국내 자동차 업종이 그렸던 회복 시나리오가 재개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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