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0년만에 1240원대 진입… 외국인 자금 빼며 원화약세 가속
속타는 유학생 “귀국까지 고려”… 美증시 투자자도 추가매수 고민
전문가 “섣부른 투자 말아야”
17일 17.5원 급등 1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날보다 17.5원 폭등(원화가치 하락)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충격이 커지면서 환율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학생과 주재원, 해외 자산 투자자, 수출입 업체 등은 급변하는 환율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오른 1243.5원에 마감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7일(1183.9원)에 비해 60원가량 오른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240원을 넘은 건 2010년 6월 11일(1246.10원)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 환율 변동에 희비 엇갈리는 사람들
미국에서 동생과 함께 대학에 다니고 있는 A 씨(29)는 최근 수시로 환율 시세를 챙겨본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이 매달 월세와 생활비를 보내주는데 환율이 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갖고 있는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장을 볼 때 저렴한 물건 위주로 산다. A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남은 학기는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는 만큼 이참에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 수업을 듣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는 앞으로의 환율 변동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 김병진 신한은행 외환사업부 부부장은 “전화 문의가 체감상 평소보다 5∼6배 늘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고객들도 달러 거래 시점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달러 송금이 필요한 사람뿐 아니라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고민이 많다.
얼마 전 미국 주식에 투자한 김모 씨(32)도 환율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씨는 미국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가가 더 떨어지면 추가 매수를 하려 했지만 환율이 너무 올라 고민이다. 김 씨는 “1220∼1230원대는 괜찮은데 1240원대는 부담스럽다”며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 당장 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외국으로 화장품을 수출하는 장모 씨(32)는 “달러 기준으로 수출 거래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건 좋은 소식”이라며 “수출을 하기에 망정이지 수입하는 일을 했으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며 안도했다.
○ 당분간 변동성 심할 듯… 신중히 투자해야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코로나발 경기 충격이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에서 자금을 빼면서 원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과 같이 환율이 크게 출렁거릴 때는 섣불리 투자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조언이 많다. 하루 단위의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TC프리미엄 강남센터장은 “시장 상황을 좀처럼 예측하기가 어려운 만큼 되도록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며 “다만 향후 본인이 생각한 환율 수준에 이르렀을 때 어떤 투자에 나설지 미리 결정을 내려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권했다.
달러 투자를 고민한다면 현재는 단기 금융상품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환율 변동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언제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동성이 좋은 보통예금 계좌에 달러를 넣어두는 게 좋다”며 “정기예금을 하더라도 1개월 또는 3개월로 기간을 짧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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