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1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0.3.18/뉴스1
정부가 18일 항공·교통, 관광·공연, 수출, 해운 분야 긴급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 수요와 소비 감소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업종이라는 판단에서다.
일상적인 사회활동은 물론 소비·생산 활동까지 마비되며 수요와 공급 모두 급격히 위축되고 있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 복합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여행객 급감·호텔 폐업·수출 악화까지 피해 가중
우선 항공분야의 경우 인천국제공항 일평균 여객은 이달 16일 기준 하루 1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19만명) 대비 91.6%나 급감했다.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가 18일 기준 150개국으로 늘면서 직항 개설 45개국 중 21개국은 현재 ‘셧다운’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6월까지 여행객이 498만명 감소하고 항공사 매출 피해는 최소 6조3000억원에 이르며 최악의 경우 항공사 도산 사태까지 나올 것으로 한국항공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교통 분야의 경우 버스는 승객 감소로 매출이 급감했다. 올해 2월 기준 매출액이 고속버스는 276억원(-46%), 시외버스는 426억원(-43%), 시내(서울)버스는 197억원(-22%) 감소한 상황이다.
버스업계는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으로 임금 지급마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승객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경영 악화로 운행 중단 우려도 점쳐진다.
관광 분야의 경우 여행사와 호텔이 휴·폐업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월 말부터 이달 12일까지 여행사 1941곳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고, 주요 7개 업체의 호텔 평균 객실이용률은 1월 첫째주 70.7%에서 3월 첫째주 5.6%로 65%포인트 급감했다.
공연 분야는 예매감소에 따른 공연 취소·단축으로 업계 전반에 피해가 크다. 주간 예매건수만 봐도 1월 4주째 44만명에서 2월 2주째 31만명, 2월 4주째 27만명, 3월 1주째 10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수출 역시 피해가 크다. 이달 1~10일 수출액은 133억3900만달러로 조업일수 증가 덕에 전년 동기대비 21.9% 늘었지만 조업일수 영향을 뺀 일평균 수출로는 2.5%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3월 전체로 보면 감소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 회의에서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이 피해를 볼 공산이 커진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해운 분야의 경우 한·중, 한·일 항로 중단으로 올해 1~2월 여객운송은 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만1000명이나 줄었다. 화물 운송도 올해 1∼2월 물동량이 전년 대비 0.1% 감소했고, 특히 대(對) 중국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나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18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해 교통, 관광·공연, 수출, 해운 분야 지원이 담긴 ‘코로나19 관련 업종·분야별 2차 긴급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러한 업계피해 현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수출 등 32조원 규모 정책 패키지 신속 추진
이날 2차 긴급 지원방안은 앞서 정부가 내수·소비 진작책을 담은 20조원 규모의 ‘민생경제 종합대책’에 더해 전날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등을 반영해 내놓은 구체적 지원 대책이다.
정부는 우선 항공사에 공항시설 이용료 등 각종 비용 면제를 확대한다. 항공사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용하지 못한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 유예, 6월로 예정된 착륙료 감면 즉시 시행 등이다.
또 운항중단에 따른 항공사 정류료 부담경감을 위해 올 5월까지 전국공항 항공기 정류료 3개월 전액 면제하며 국제선 항공기 착륙시 부과되는 항행안전시설 사용료도 3개월 납부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용객 저하로 고통 받고 있는 버스업계에는 최소 1개월 이상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추진하고 승객이 50% 이상 급감한 노선에 한시적으로 운행 횟수를 줄이는 탄력운영 등을 이달 말부터 허용할 방침이다.
관광업계에는 담보능력이 부족한 업체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무담보 신용보증부 특별융자 규모를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어 관광기금 융자금 상환유예 및 만기연장(최대 1년) 대상을 1000억원에서 2000억원까지 확대해 업계 부담을 덜어준다.
공연업계에는 전국 200개 소극장에 대한 공연 기획 및 제작 등에 최대 6000만원씩을 지원한다. 기초공연예술(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등)의 안정적 창작활동을 위해 예술인 및 예술단체 공연 등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공연 관람객을 대상 1인당 8000원 할인권을 제공해 위축된 수요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수출분야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이 수출 후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을 5000억원 추가 지원하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입국 제한 등에 대응해 온라인 상담·전시회와 무역관을 통한 해외 마케팅 긴급 대행 등도 신속 추진한다.
이달 9일부터 일본의 해상을 통한 입국제한 조치에 따른 여객운송 중단으로 피해가 확대된 한·일 여객선사와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입점업체에는 항만시설사용료와 터미널 임대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위기관리대책회의는 금융위기 시기인 2009∼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며 “회의는 관계부처 장관 참여 하에 앞으로 매주 개최해 피해 업종 신속 지원 등 민생경제 안정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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