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와 함께 휴업 장기화로 학교급식도 멈춰서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해 식자재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농가와 급식업체가 시름에 잠겼다.(뉴스1DB).2020.3.18/뉴스1
“팔릴지 말지도 모르는 것 일손도 달리는데 수확하면 뭐하나…. 썩는 걸 보느니 그냥 갈아엎어 버렸다.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속 편하다.”
개학 연기와 함께 휴업 장기화로 학교급식도 멈추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해 식자재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농가와 급식업체의 시름이 깊다.
그나마 23일 개학을 기대하며 근근이 버텨왔는데 개학을 2주 더 연기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망연자실 한숨만 나올 뿐이다.
충북 청주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김창한씨(64)는 겨우내 정성껏 키운 시금치가 누렇게 시든 모습을 보다 못해 아예 밭을 갈아엎었다.
아이들 먹는 거라 갑절의 정성을 들여 친환경 유기농으로 애지중지 키웠지만, 판로가 막혀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자니 자신의 속까지 타들어 가는 것 같아 아예 수확 자체를 포기했다.
이렇게 갈아엎은 밭이 1652㎡나 된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학해 아이들 먹거리로 납품됐더라면 400상자는 족히 됐을 시금치가 식탁에 오르지도 못하고 폐기처분 된 것이다.
농가와 함께 학교 60여곳에 친환경 농산물 등을 납품하는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직원들 역시 농가처럼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학교 휴업 장기화로 학교급식 중단마저 길어지면서 농산물 납품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다른 판로를 찾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 40여곳 중 상당수가 시금치를 비롯해 엽채류(잎을 식용하는 채소)를 키우는 곳이라 일주일 안팎에 소비하지 않으면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한다.
농산물 가공업체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해 지금까지는 폐기 처분한 것이 없지만, 개학이 추가로 2주 더 연기되면서 이 같은 여력도 곧 바닥날 처지다.
엽채류보다 저장성이 있는 근채류(뿌리를 식용하는 채소)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품성을 장담할 수 없다.
감자와 양파를 비롯해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 보관한 근채류만 30여톤에 달한다. 일부는 제때 납품을 못해 싹이 나거나 무르기 시작했고 개중에는 썩기까지 했다.
곽호권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팀장은 “엽채류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아직 폐기 물량은 없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어 “아직 수확하지 못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웃자라고 해서 아예 상품으로 쓸 수가 없다”며 “판로가 없으니 수확도 못하고 다시 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음성지역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는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도 사정은 비슷하다. 농가에서 애써 가꾼 농산물을 헐값에라도 내놓고 있지만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
이창흔 음성살림로컬푸드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빨리 부패하는 버섯류의 판로가 가장 큰 걱정”이라며 “수확을 해도 팔 곳이 없으니 썩히고 있다는 게 농민들 하소연”이라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농가와 업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농축산물 공동구매 행사를 교직원을 대상으로 18일 진행했다.
행사에는 자치단체를 통해 친환경 지역 농축산물을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농가가 속한 농산물유통센터와 협동조합 등 4곳이 참여했다.
도교육청과 교육연구정보원 직원 130여 명은 보관과 저장에 어려움이 있는 채소와 육류 신선 농축산물로 만든 꾸러미를 사는 등 이날 6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농축산물 꾸러미는 엽채류, 버섯류, 콩나물 등 8가지 채소꾸러미와 국거리·불고기용 한우꾸러미, 수육·두루치기용 한돈 꾸러미, 두부·순두부 등 두부꾸러미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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