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맞서 수백조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32조원 규모 재정 지원만으로는 경기부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태 수습에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종식 이후 즉각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대응에 1조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한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도 잇달아 수백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풀고 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스페인이 2000억유로(약 274조원)의 구제금융안을 내놓았으며 영국도 최근 3300억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발표했다.
특히 영국의 이번 지원은 이달 초 300억파운드(약 45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 투입을 결정했지만 이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확진자가 나오기 전 사태를 가볍게 봤던 미국이 가장 강도 높은 부양책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00달러(124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2주내에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가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한국 역시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원과 함께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밝힌 32조원만으로는 경기 부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소상공인과 관광, 항공, 유통 분야 등 취약업종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이 분야에 대한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도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10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하며 10조3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2차 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원은 세입증대나 100%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선진 고려대 교수는 “경기부양 측면에서 이자율을 0%대로 내려도 지금은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자율을 내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급한 추가 재정 투입보다는 사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수년간 재정 지출을 확대해 놓은 만큼 추가 우선적으로 초점이 있는 지원을 통해 재정 효과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추가 재정 투입을 결정하더라도 이미 지출을 확대해 놓은 만큼 물리적으로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이 진정된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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