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의 중도 해지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국제유가마저 폭락하면서 글로벌 지수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상품들이 무더기 손실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로부터 가입 상품이 ‘녹인(knock in·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안내를 받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파생상품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연일 증시가 폭락하면서 ELS 손실 위험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본금 상위 증권사 7곳이 발행한 ELS 가운데 200개가 넘는 상품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는 3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발행 ELS의 손실 가능 구간은 설정 당시 기준가 대비 65% 미만에 몰려 있어 하락 폭이 35%를 넘으면 손실이 발생하는데, 최근 기초자산의 하락 폭이 35%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유럽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비중이 높다. 이 지수는 18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1월 고점 대비 3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계속 추락할 경우 유럽 증시뿐 아니라 다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당수가 손실 위험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홍콩H,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등도 최근 3년 고점과 비교해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손실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도 증가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 1500억 원대에 머물렀던 손실 구간 진입액은 19일 현재 400여 개 상품에 7000억 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원유 DLS는 유가가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수익률(5∼9%)을 받을 수 있지만 유가가 약정된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긴다. 대부분 유가가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없도록 설계됐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ELS, DLS 상품들 대부분의 만기가 2, 3년가량이기 때문에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곧바로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기 상환을 원하는 투자자로선 의도와 달리 자금이 묶일 수 있고, 하락세가 이어지면 최악의 경우 원금 전액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미상환 ELS의 규모는 41조5664억 원에 이른다. 현재까지 낙폭이 덜하지만 홍콩H지수, S&P500 등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넣은 ELS 잔액을 합하면 규모는 120조 원대로 불어난다. 지난달 말 기준 원유 DLS의 미상환 잔액도 1조4500억 원에 달했다. 기초자산별로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9139억 원, 북해산 브렌트유가 5368억 원 규모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상품별로 잔여 만기가 다른 만큼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원금을 잃게 되는 건 아니다”며 “만기일, 반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중도환매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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