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주식 뛰어드는 2030… 섣부른 투자땐 낭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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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가상화폐-집값에 좌절했던 청년층 “위기가 기회” 대출까지 받아 투자
전문가 “증시 폭락수준 예측 어려워… 과거 위기때도 ‘바닥’ 예상 빗나가”


직장인 A 씨(33)는 최근 적금을 중도 해지하고 마이너스통장에 신용대출까지 포함해 1억5000만 원가량을 현금화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번 주식 폭락장이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A 씨는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이 인생에 한 번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위기는 곧 기회’라며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인생 역전을 노리는 2030세대들이 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간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293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3조9653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7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3023만8046개로 석 달 전보다 90만 개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신규 개설 계좌에서 20, 30대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서 쓴맛을 보고 집값 급등에 좌절한 청년층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코스피 1,300 선 붕괴가 투자의 적기’라는 얘기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량주를 골라 장기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증시 폭락세가 얼마나,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힘들어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신중하게 투자하고 빚을 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경제위기 때도 모두가 바닥이라고 생각한 지점을 뚫고 주가가 추락해 많은 투자자가 큰 피해를 봤다. 1996년 6월 913.25였던 코스피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8년 6월 280.00으로 69.3% 하락했고 1999년 6월에야 900 선을 회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코스피는 2007년 10월 2,064.85에서 2008년 10월 938.75까지 떨어졌다.

과거의 위기 이후에는 주가가 비교적 단기간에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시스템 위기였던 과거 위기와 달리 이번은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여서 쉽게 향방을 점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증시가 폭락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의 리스크 등 분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충분히 빠졌다고 판단해 투자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고 지적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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