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24일부터 국내·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 등으로 피해가 커지면서 내린 특단의 조치다.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김포∼제주, 청주∼제주, 군산∼제주 노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9일부터 국제선 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조치로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23대가 모두 멈추는 셧다운 상태가 됐다. 다만, 이스타항공은 국내선 예매 고객들에게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제주항공을 대체 편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이스타항공 같은 상황이 추가로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6개 LCC 가운데 제주항공과 진에어를 뺀 나머지 4곳은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국제선은 승객이 줄어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선 운항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만큼 미국과 유럽처럼 정부가 항공사의 유동성 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추가 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최근 미국 항공업계가 62조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자 곧바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보조금 형태의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무담보 대출, 무이자 대출, 소비세와 화물, 연료 등에 붙는 각종 세금 감면 및 유예 등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유동성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7일 LCC에 30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책 발표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긴급 자금을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지 못했다. 추가경정예산에 항공사에 대한 긴급 자금을 편성하려 했으나 정부 부처끼리 협의가 안 돼 항공사 지원 예산 책정은 아예 빠졌다. 현재로서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유동화회사보증(P-CBO)을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나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워 이 조건을 충족하는 항공사가 하나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사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항공 조업사와 협력사 등에 전해져 항공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무급 휴직을 받고 있는 항공사와 달리 협력사들은 휴직뿐 아니라 희망퇴직, 권고사직까지 실시하고 있다.
한 항공사 임원은 “전 세계적으로 여름부터 항공사 파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쓰러지면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가 회복됐을 때 풍부한 자금으로 버틴 외항사들만 득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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