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버텨라… 눈덩이 적자 정유4사, 위기극복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로나-저유가에 수요-마진 감소… 올 1분기 영업손실 2조원 넘을 듯
현대오일뱅크 등 초고도화 모색… 코로나 진정되면 반전 기대감도

국내 4대 정유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1분기(1∼3월) 각각 수천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각 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4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유가전쟁’이 발생한 2014년 4분기 영업손실 1조15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한 데다 1월 평균 배럴당 64달러였던 두바이유가 최근 20달러대까지 떨어지는 등 유가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 급락세가 도드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회복세를 보였던 정제마진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3중고’ 속에서 각 사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제한된 상황에서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정제설비 규모 대비 고도화 설비의 비율인 고도화비율이 40.6%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업계의 전체 고도화율은 33% 정도다. 낮은 가격의 중질유를 값비싼 경질유로 바꿔주는 고도화 공정 설비로 마진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사태에서도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302곳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코람코’와 함께 인수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668억 원을 투자하고 주유소 운영권을 갖게 됐다. 또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맺은 계약에 따라 올해부터 하루 최대 6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추정되는 수출액만 2조875억 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최근 가동률을 85%까지 낮춘 SK에너지를 비롯해 각 사는 현재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인 만큼 자체적으로 가동률을 낮추면서 경영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제품 등 신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위험을 분산시키는 사업구조의 변화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가 2014년과 같은 방식으로 ‘반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2014년 3분기 배럴당 90달러대였던 두바이유는 2016년 1분기 2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석유제품 수요는 꾸준히 늘면서 정유사들은 2015년과 2016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관건은 코로나19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7∼12월) 꽁꽁 묶인 이동 수요가 한 번에 풀리고 유가가 극적으로 반등하는 상황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정유업계#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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