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로 태어난 수사자 ‘라이언(Ryan)’. 자유로운 삶을 찾아 탈출한 그는 ‘곰’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둥근 얼굴, 일자 눈썹과 동그란 눈, 표정 없는 하얀 코를 가진 데다 수사자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갈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카카오톡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은 라이언으로 대표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모바일에서 기쁨과 슬픔, 유머의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을 넘어 현실세계에서도 수많은 상품과 컬래버레이션(콜라보)하며 ‘핵인싸(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 전무로 승진한 라이언
카카오프렌즈는 2012년 11월에 등장한 7개의 이모티콘 세트다. 잡종견 ‘프로도’, 가발 쓴 고양이 ‘네로’, 암수 동체 복숭아 ‘어피치’, 화가 나면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는 미친 오리 ‘튜브’, 향수병 걸린 두더지 ‘제이지’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은 각자의 개성과 콤플렉스를 가진 캐릭터로서 많은 이들의 일상에 위로와 공감을 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외 캐릭터 선호도에서 카카오프렌즈는 2017년 ‘뽀로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가운데 6개 캐릭터는 2000년대 초반 미니홈피 싸이월드에서 내놓은 이모티콘 ‘시니컬 토끼’로 유명했던 작가 호조(권순호)가 3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낸 작품이다. 다만 라이언은 2016년 카카오 크리에이티브 파트에서 직접 개발했다. 푸근하고 섬세한 성격에다 다른 캐릭터들을 자상하게 돌보는 맏형 이미지를 갖고 있다. 라이언을 활용해 만든 상품 브랜드인 ‘헬로! 라이언’은 첫선을 보이자마자 쿠션, 휴대전화 케이스, 우표 등이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이런 인기와 매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라이언은 카카오 내부에서 2016년 ‘라 상무님’이라는 직함으로 불렸고, 이듬해에는 ‘라 전무’로 승진까지 했다. 카카오프렌즈를 운영하는 카카오IX의 매출액은 지난해 1536억 원으로 3년 만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카카오는 최근 10, 20대를 겨냥한 새로운 캐릭터인 ‘니니즈’를 내놓았다. 니니즈는 벌레라는 오해를 받지만 사실은 취업준비생 신분의 공룡인 ‘죠르디’ 등 7종의 동물 캐릭터다. 2019년 6월에는 진에어와 손잡고 ‘플라잉 니니즈’ 래핑 항공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 지구촌 젊은이를 끌어들이는 콜라보
카카오프렌즈는 모바일에서 벗어나 현실세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소비재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업체나 금융·공공기관 등과도 콜라보를 하며 이색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카카오IX는 지난해부터 아이돌그룹 트와이스나 가수 강다니엘 등과 같은 한류 스타와도 활발하게 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2월에 선보인 ‘어피치 강다니엘 에디션’은 일주일 만에 1차 출시 제품 30종 대부분이 동났다. 2017년에는 루이비통이 서울에서 개최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 국제 순회 전시에서 콜라보 상품을 출시했다. 동서식품의 ‘맥심×카카오프렌즈 스페셜 패키지’ 한정판은 아메리카노에 익숙해져 있던 젊은층까지 끌어들여 화제가 됐다.
중국, 일본, 미국, 영국, 홍콩 등 해외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IX는 2018년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첫 글로벌 공식 매장 ‘어피치 오모테산도’와 ‘스튜디오 카카오프렌즈’를 열었다. 일본 매장은 개장 1개월 만에 35만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IX는 일본인이 설화에 나오는 영웅 ‘복숭아소년’(모모타로)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어피치’를 주력 캐릭터로 내세우고 있다. 복숭아 캐릭터의 인기에 한국관광공사는 어피치를 일본 신한류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한국관광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카카오IX 관계자는 “카카오프렌즈는 최근 ‘펀슈머’(fun+consumer의 합성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의 비율) 등의 ‘재미 추구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현지 정서를 반영한 협업 전략으로 캐릭터 한류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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