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8000억 원 규모… 첨단 의료시설 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3시 00분


미래 100년을 이끌 건설기술 - 쌍용건설
1800병상 규모로 짓는 미래형 병원
오류 줄이기 위해 40억짜리 모형 제작

쌍용건설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보건부에서 발주한 첨단 미래형 병원공사를 수주했다. 쌍용건설은 40%의 지분(약 3200억 원)을 갖고 대우건설(40%), 현지 업체(20%)와 합작회사(JV)를 구성해 WHC(Woodlands Health Campus) 병원 공사를 약 8000억 원에 수주했다.

WHC는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지역의 약 7만6600m² 터에 지하 4층∼지상 7층, 8개동으로 들어서는 1800병상 규모로 지어진다. 종합병원, 커뮤니티병원, 노약자 보호시설, 호스피스 등을 짓는 프로젝트로 병상 규모로만 보면 싱가포르 최대 규모다. 공사기간은 33개월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국내 업체 간 JV 구성을 통해 저가 경쟁을 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아파트에는 방이나 거실 등에 들어가는 시설물이 전기, 난방 배관 등으로 일률적이면서 단순한 반면, 호텔이나 병원은 방마다 들어가는 시설이 훨씬 복잡하다. 그래서 건축공사의 백미라고 불린다. 특히 지진 발생시에는 첨단 의료 시설의 작동이 멈춘다거나 오작동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병원은 내진 설계로 시공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병원을 미래형 병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최첨단 의료장비를 들여놓을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악몽(nightmare)이 될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엄청난 물량의 설계 변경이 예정돼 있다. 병원 전체에 들어갈 설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선 콘센트 위치 하나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병원 건축물 대부분을 사전 제작한 뒤 공사 현장에서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사 현장에는 40억 원을 투입해 병원 시설의 각 부분을 실물 크기로 만든 모형(mock-up)들이 별도 공간에 설치됐다. 모형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은 가상현실(VR)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수주를 통해 쌍용건설은 전 세계에서 약 1만2000개 병상에 달하는 첨단 의료시설 시공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쌍용건설은 탄톤생병원, 뉴KK병원 등 싱가포르에서만 여러 대형병원의 시공을 맡아왔다. 탄톤생병원은 1211병상을 갖춘 첨단 종합 의료시설로 1998년 준공 당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병원이고, KK병원을 신축한 뉴KK병원(825병상)은 싱가포르 인구의 35%가 태어나 싱가포르인의 요람으로 불린다. 쌍용건설은 이외에도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도심 지하 고속도로 등 싱가포르에서만 62억 달러의 공사를 수행해 오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미래100년을이끌건설기술#건설#쌍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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