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우왕좌왕'…형평성 논란 일파만파
'진짜 급한 이들' 못 가려내면 재난지원금 취지도 퇴색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갈수록 형평성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다음 주까지 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의 기준을 마련해 내놓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월 소득 외에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 재산가액 환산소득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1일 정부는 행정안전부 차관을 단장으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1급으로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다음 주 초께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되 일정 금액을 넘는 부동산과 금융재산 등을 일부 반영하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 일각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을 추려내 걷어내는 방식도 거론된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건보료를 주로 활용하는 방안과 소득과 재산을 같이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어느 하나만으로 완벽한 대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여러 가지를 같이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정보의 활용이나 다른 공적자료의 활용방안들도 아울러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소득 하위 70%’를 놓고 근로소득이 계산되는 건보료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근로·사업·재산·공적이전소득 등에 금융 재산, 자동차 등이 모두 포함되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나온 바 있다. 건보료를 기준으로 하면 빠르게 집행할 수 있으나 종합적인 재산을 충분히 반영할 수는 없어 자영업자와 직장인 간 차별이 생긴다. 반면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하면 객관적인 경제력은 파악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걸려 ‘긴급’지원금이라는 취지가 약해진다.
결국 사회적 형평성 시비를 최소화하면서 정교하게 상위 30%를 가려내는 객관성과 신속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안을 당장 마련해야 해 정부의 고심이 크다.
월급은 적지만 부동산 등 자산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고, 대신 합산 소득이 기준을 넘어버리는 맞벌이 부부 등이 제외되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할 경우 형평성 논란은 물론 소득 상실 보전과 소비 진작이라는 당초 의도했던 효과도 빚이 바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산층 이상 고소득자는 지원금을 소비에 쓰지 않고 저축에 쓸 수 있다”며 “지급방식이 수개월 내 지출이 의무화된 상품권 형식이어도 상품권을 지출하면서 현금을 저축할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만 반대로 서울에 집을 갖고 있지만 당장 근로소득이 적은 이들도 불만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가치가 높은 자산을 갖고 있어도 당장 유동성이 부족한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 상실이 발생했어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어서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급 대상에서 배제할 ‘일정 수준 재산’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라며 “예를 들어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1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면 소득이 없어도 실제로는 상당한 자산가로, 이들에게 주는 건 적절치 않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차관은 “기본적인 원칙은 집행 가능하면서도 최대한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할 것”이라면서도 “단기간 내에 소득이 급감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있다면 예외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소득 기준 마련이 늦어질수록 형평성 논란 등 혼란상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조원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세부적인 실행 방안도 없이 서두르기만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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