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자동차 판매, 국내선 신차 효과로 선전-해외선 ‘절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로나 여파 극명한 양극화
현대차 7만2180대… 작년比 3%↑, 기아차는 23개월만에 5만대 훌쩍
해외선 각각 26%-11% 판매 줄어… “코로나 영향권 4월이후 더 우려”
車부품업계는 자금압박 위기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본격 확산된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외 자동차 판매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생산과 소비가 비교적 원활한 내수 시장에서는 선전했지만 해외에서는 판매 절벽이 현실화됐다. 4월에는 해외 판매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일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지난해 3월보다 3.0% 증가한 7만2180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1만6600대가 팔리며 3년여 만에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판매 호조를 이끌었고 중형 세단 쏘나타도 7200대 이상 팔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6293대)와 싼타페(5788대)도 든든하게 제 역할을 했다. 중국산 부품 공급 문제로 2월에 수차례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해 생산 차질 우려가 빚어졌지만 주말 특근 등으로 국내 수요에 대응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보다 26.2%나 감소한 23만6323대 판매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시장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은 데다 상당수 해외 공장이 3월 중순 이후 가동 중단에 들어가 생산량도 부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에 유례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기아자동차는 내수 시장에서 지난해 3월에 비해 15.3% 증가한 5만1008대를 판매해 23개월 만에 월 5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출시한 중형 세단 K5가 8200대 팔리면서 전체 판매를 견인했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11.2%나 감소한 17만5952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코로나19 확산과 해외 공장 가동 중단의 결과다.

최근 국내에 나란히 신차를 내놓은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도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3월 대비 각각 83.7%와 39.6% 증가한 1만2000여 대와 8900여 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해외 수출에서는 각각 57.4%와 20.8%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신차 효과가 뚜렷하지만 해외 시장은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라며 “대부분의 해외 공장이 문을 닫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4월 이후에 더 심각한 판매 절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생산과 판매 모두 급감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최근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 조사 결과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여파로 3월 매출이 20∼30% 감소했다고 밝혔다. 4월에는 매출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4월 2주차 이후엔 자금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앞으로 몇 달간 글로벌 수요 급감을 내수로 대체하고 정부의 기업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자동차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
#코로나19#현대차#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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