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객 수요 급감으로 국내 항공산업이 구조조정 문턱에 서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상황이 좀 더 이어지면 항공사 도산과 항공 네트워크 붕괴가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 지원은 지금껏 미흡한 수준이어서, 더욱 효과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주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에서도 장기 유급휴직 방안이 나오는 등 업계 내부에서 구조조정 기운이 감지된다.
대한항공은 1일 노사협의회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장 6개월 범위의 순환 유급휴직 시행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 신청을 받거나 외국인 조종사 무급휴직에 들어갔는데, 이젠 전 직원에 대한 유급휴직 언급이 나온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일부터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최소 15일 이상 무급으로 쉬기로 했다. 지난달 시행한 전 직원 최소 10일 이상 무급휴직보다 강화된 조치다. 이로써 운영 인력을 50% 줄인다는 방침이다.
저비용항공사(LCC)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스타항공에서는 전 직원의 40%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달간 매출 피해규모 6.3조원 이를 것”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일 발간한 ‘코로나19 관련 항공산업 지원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 3~6월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매출 피해 규모를 최소 6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 2월 피해 규모와 3월 2주차까지 여객감소 추이를 반영해 추정한 결과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항공사가 도산하고 항공 네트워크가 붕괴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항공산업 위기는 국제적인 규모로 펼쳐지는 양상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난 3월24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 세계 항공사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44% 감소하면서 매출 손실이 2520억달러(약 30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매출 손실 예상액이 880억달러(약 107조 원)로 가장 컸다.
더욱이 문제는 이러한 매출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유동성, 즉 ‘실탄’이다. IATA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의 약 75% 정도만이 3개월을 버틸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항공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 엉뚱한 곳 조준…금융지원 확대해야”
조사처는 그간 정부가 내놓은 항공업계 피해 지원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조사처는 “정부 지원대책은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항공업계의 부담을 낮출 수 있으나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일부 방안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 2월17일과 3월18일, 두 차례에 걸쳐 항공업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LCC에 대한 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과 운수권·슬롯 회수 유예, 공항사용료·과징금 납부유예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운수권·슬롯 회수 유예 대상을 기존 중국 노선에서 전체 노선으로 확대하고 공항사용료 감면 폭 확대, 지상조업사에 대한 계류장사용료 20% 감면 등의 조치도 내놨다.
문제는 여객 감소와 입국 제한 등으로 항공기 운항 대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공항 관리자에게 납부하는 착륙료 감면이나 영공 통과 또는 착륙 때마다 내는 항행안전시설 사용료를 감면 또는 납부 유예하는 조치는 당장 항공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 많은 나라에서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노선 다변화를 위한 운수권 배분이나 신규 노선 지원도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채권 발행에 대한 정부 보증, 추가적인 세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사도 회사채 금리 변동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난 2월 대책에 포함한 LCC 금융지원을 대형사로 확대해 달란 요구도 나온다.
세계 각국 항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국내 항공사의 신속한 회복을 지원하는 등 대외적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단, 무조건 지원은 오히려 건실한 구조조정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국내 항공사의 체질 개선 등 자구 노력을 전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융지원과 세제지원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항공사들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처는 “항공산업은 기본적으로 환율과 유가, 전염병 등 사회환경 요인에 따라 수요 변동이 큰 산업이므로 외부 리스크에 항시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외변수에 취약한 항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등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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