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업·폐업하는 매장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31일 오후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은 국내의 경우 물가도 안정세를 보였다.
해외에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화장지의 경우 국내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으며, 승용차 가격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떨어졌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가정내 소비가 늘어난 돼지고기와 일부 가공식품 등은 가격이 올랐다.
물가가 안정됐다고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수요 측면을 고려한 근원물가가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비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60개 물가품목 중 131개 품목의 가격이 전달보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월 108개 물품의 가격이 전월보다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23개 품목이 늘어난 것이다.
전달과 가격이 같은 품목까지 포함하면 총 299개 품목의 가격이 2월과 가격이 같거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화장지의 경우 전달보다 2.0% 하락했으며 코로나19 여파로 바깥활동을 자제하면서 콘도이용료도와 국내항공료, 국제항공료도 전월보다 각각 10.7%, 6.9%, 4.3% 하락했다.
호텔숙박료(-3.4%)와 레저용품(-4.5%), 해외단체여행비(-2.6%), 놀이시설이용료(-0.1%) 등의 경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2, 3월을 기점으로 하락폭이 커지거나 물가가 하락한 품목들이다.
외식물가도 크게 하락했다. 39개 품목 중 22개의 가격이 전달과 같거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햄버거는 2월보다 2.8% 하락했으며 생선회와 설렁탕도 각각 0.2%, 0.1% 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생수와 빵은 전달보다 각각 0.1% 올랐다. 라면도 같은 기간 가격이 1.2% 상승했다. 외식 대신 가정내 집밥이 늘다보니 돼지고기 값도 8.6% 상승했다.
마스크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1800원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온라인 마스크 가격은 5000원대에서 4000원대로 내려갔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전 1매에 500~800원이던 마스크 가격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체적인 물가가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월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동월보다 0.4% 증가에 그치며 1999년 12월 0.1% 상승 이후 20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공급에 의해 변동이 심한 식료품이나 유가 등 에너지 물품을 제외하고 수요측면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소비 증감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1월 근원물가는 전달 0.6%보다 0.2%포인트(p) 상승한 0.8%를 기록했으나 2월 0.5%, 3월 0.4%로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3월 생화 가격은 12.8% 하락하며 코로나19로 졸업식 등이 취소된 2월 11.8% 하락에 이어 두 달 연속 전달대비 가격이 떨어졌다. 3월 학교 개학이 늦춰지면서 입학식이 취소되고 지역 꽃축제 등 행사가 취소되면서 꽃 소비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은 외식물가도 여행서비스 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대비 18.5p(포인트) 하락해 2008년 7월 이후 11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와 정부의 경기진작정책에 따라 음식 소비는 증가한 반면 승용차 가격은 하락했다”며 “다만 지난해 물가가 워낙 낮은 경향이 있어서 (소비침체에도)전년동월 대비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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