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 환경규제 후퇴 조짐… 전기차 산업 날개 꺾일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로나에 국내 배터리 업계 비상
EU, CO2 감축안 시행 연기 검토… 美도 내연차 연비규정 완화 움직임
LG화학 등 빅3 “예측 못할 타격”… 국제유가 급락도 악재로 작용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비상을 꿈꾸던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날개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을 보이며 환경 규제가 후퇴할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국내 배터리 업체로서는 당장 완성차 판매 부진보다 환경규제 완화가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등 유럽지역 차량 제조 3개 단체가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시행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EU는 올해부터 완성차 1대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95g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과 판매가 급감하면서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EU가 해당 요청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요청을 수용할 경우 국내 전기차 업체가 예상했던 연도별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EU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차량당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현 km당 130g에서 2050년까지 km당 10g으로 단계적으로 줄여 나간다는 계획을 밝히고 전기차 시장 육성을 유도해왔고, 각국 정부도 이에 따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였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주요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또한 올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밝힌 로드맵에 맞춰 유럽지역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3년 이내에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개막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올해 환경규제 완화 논의가 이뤄질 경우 연도별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이 뒤로 몇 단계씩 미뤄질 수밖에 없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와 관련된 트렌드 변화는 전기차 산업의 본격적인 개막 시기 자체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 생산 및 판매 타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악재”라고 말했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 증산에 따라 최근 20달러대까지 떨어진 것도 전기차에는 위협 요인이다. 전기차가 도입 비용은 높지만 낮은 유지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유가 하락에 이 같은 논리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자동차 업체들이 달성해야 하는 연료소비효율 기준을 당초 2025년까지 갤런당 54.5마일(L당 23.2km)에서 2026년까지 갤런당 40.4마일(L당 17.2km)로 완화해주면서 내연기관 차량 산업에 대한 보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환경 인식이 후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 또한 올해 폐지하기로 했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2022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도 국내 업체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업계에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전기차#코로나19#환경규제#배터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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