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투자 관련 커뮤니티와 온라인 채팅방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의 향후 움직임을 묻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증시의 오르내림과 상관없이 외국인은 ‘팔자’만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떠받치고 있지만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증시의 추세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8% 이상 폭락하며 1,400대로 내려앉았던 코스피는 차츰 회복해 이달 3일 다시 1,700대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제한 양적 완화와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미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며 글로벌 증시의 가파른 롤러코스터 국면은 일부 잦아들었다.
하지만 최근의 증시 반등은 여전히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많다.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의 ‘셀(sell) 코리아’ 현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3일까지 22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던 올해 1월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8조849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에만 약 13조 원어치의 주식을 내놓으며 월간 순매도액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기도 했다. 외국인이 1월 20일 이후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은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7조4745억, 1조3242억 원어치를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상황을 거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실물 경제로 이어지는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작용한다.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일단 현금을 쥐고 사태를 관망하려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2차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외국인 수급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기존에 글로벌 증시 충격이 질병 자체의 확산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후 소비 감소→기업실적 악화→신용도 하락 및 부도로 이어지는 부정적 사이클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급락이 또 다른 글로벌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전반적인 위험자산 비율을 줄이는 리밸런싱이 이뤄지다 보니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변동성 감소가 다시 외국인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된 기업실적 악화 등이 증시 반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추가적 반등을 위해서는 제반 금융지표의 변동성이 잦아들고, 이를 확인한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