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금융시장 안정 대책들이 나오면서 극심했던 변동성 장세가 조금씩 진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려의 불씨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신흥국 채권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욱 가파르게 신흥국 채권시장 약세를 견인했다. 3월에만 무려 432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JP모건의 신흥국 채권지수의 월간 수익률은 15% 이상 하락했다. 채권시장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가파른 약세 흐름이었다.
모든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지만 신흥국은 대외 충격에 특히 민감한 움직임을 보인다. 신흥국 채권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만큼 약세 흐름이 자주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사한 2013년, 연준이 제로금리를 끝낸 2015년에도 그랬다. 신흥국은 선진국과 달리 자체 자본 형성 규모가 작고 외국인 금융 투자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약점 때문에 신흥국에서는 금융시장 충격 발생 시 약세 기간이 선진국보다 길게 나타난다. 신흥국 시장까지 안정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먼저 신흥국에 미친 충격의 강도 자체가 강했다. 대표적 위험 지표인 신흥시장국채권지수(EMBI+)에서 일종의 가산 금리인 스프레드는 3월 최대 6.41%포인트까지 올랐다. 대부분의 신흥국가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폭은 15% 이상으로 더 심각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전망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대다수 신흥국이 취할 정책 대응 수단도 많지 않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안고 있으며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환율 부담 탓에 제한된다. 마땅한 대응 능력이 없어 선진국 금융시장의 안정을 마냥 기다려야 한다.
2분기(4∼6월) 신흥국 채권시장은 3월의 급격한 약세를 일부 되돌려 소폭 회복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 필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발생 시 신흥국 금융시장의 약세는 평균 5개월 이상 진행됐다. 코로나19의 확산은 현재진행형이라 약세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
그나마 달러 표시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는 일부 고려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선진국 금융시장 안정 여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지금은 선진국조차 불안한 시점이라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을 기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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