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만기도래 37조중 40% 몰려
공기업-유화-조선기계설비 규모 커
시장 유동성 부족… ‘차환’ 발행 비상
이달 풀리는 20조 채권안정펀드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시장 경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2분기(4∼6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기업 회사채가 1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의 40%가 몰려 있어 이 고비를 넘기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34개 기업 중 234곳(회사채 미발행 80곳, 세부 명세 불일치 20곳 제외)의 지난해 말 기준 회사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회사채 규모는 총 300조7444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연내(4∼1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37조4607억 원어치이고 그중 40%(14조7545억 원)는 2분기에 몰려 있다.
21개 업종 중 2분기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공기업(3조5262억 원)이고 석유화학(1조2930억 원) 조선기계설비(1조2570억 원) 여신금융(1조2300억 원) 순이었다. 기업별로는 한국전력공사가 6월 말까지 1조4400억 원, 한국동서발전이 6789억 원을 갚아야 한다.
우량채로 분류되는 공사채와 채권시장에 의존하는 여신금융회사 채권 등을 제외하고 일반 회사채만을 기준으로 보면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고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두산중공업(6720억 원)이 가장 많았다. 이어 호텔롯데(3019억 원) SK네트웍스(2800억 원) 현대제철(2700억 원) LG디스플레이(2600억 원) 순이다.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돌아오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을 하는데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우량 회사채마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550억 원으로 전월(12조3380억 원) 대비 40%에 그쳤다. 회사채 거래대금도 전월보다 6조5000억 원 감소한 12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이달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채안펀드는 롯데푸드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매입 작업에 들어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앞서 공개서한 등을 통해 채안펀드와 관련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장 수급 보완을 위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며 “우량 기업의 채권발행을 지원하지만, 여력이 생기면 저신용등급 일부를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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