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변수 잇따라 의사결정 지연
SK종합화학, 佛업체 인수 연기
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계약 미뤄
SK그룹 사명변경도 잠정 중단시켜
인수합병(M&A), 기업공개, 사명 변경 등 주요 기업이 계획한 올해 사업 재편 전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돌발 변수가 늘어나면서 의사 결정 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현금 지출을 최소화하는 보수적 경영 기조로 돌아서면서 올해 새로운 대규모 M&A나 설비 투자 등은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자회사 SK종합화학이 프랑스 화학업체 아르케마의 폴리올레핀 사업부 인수 계약 일정을 다음 달 말로 연기했다. 예정된 계약 날짜보다 한 달여 늦춰진 것이다. 인수 금액도 기존보다 448억 원 낮춘 4463억 원으로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프랑스 국경이 봉쇄되고 직원들은 재택근무 중이라 기업 실사가 늦어지고 있다. 또 유가 하락으로 아르케마가 보유한 화학제품 재고 자산 평가액이 하락해 인수 금액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SK종합화학은 2분기(4∼6월) 안에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일정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르케마 인수를 통해 유럽 현지에서 고기능성 소재 시장을 확대하려는 SK종합화학의 전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신산업 관련 투자도 줄줄이 코로나19 사태로 정지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모빌리티 등 미래자동차 분야의 신규 투자 및 협업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고, GS건설의 미국 철골 모듈러 업체 인수 계약 일정도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난해 결정한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누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조선·항공업계에서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형 M&A 일정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3일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일시 유예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올해 7월까지는 기업결합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계약 역시 미뤄졌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코로나19로 해외 각국에서의 기업결합 심사 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 안팎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급락한 데다 재무구조도 악화되자 현대산업개발이 물밑 협상으로 인수 금액을 낮추기 위해 본계약을 연기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공개(IPO)나 사명 변경 등 각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추진했던 프로젝트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19 등 경제 변수를 고려해 일본 롯데의 도쿄거래소 증시 상장 일정을 2021년 3월에서 최대 1년 미룰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SK그룹은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SK E&S 등 주요 계열사의 사명 변경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SK그룹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고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최종 의사 결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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