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1·2위 항공사인 대한 및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기존 ABS 원리금의 조기상환 압박으로 유동성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ABS의 신용등급을 대한항공은 기존 A에서 A-로, 아시아나항공은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항공사들은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항공기 운임 등 매출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 잔액은 지난달 기준 각각 1조3200억원, 4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변경 사유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회수실적 저하를 꼽았다. 이들 항공사의 경우 현금 추가적립, 자산 추가신탁 등 계약상 신용 보강 방안을 마련해 기존 ABS 상환에 준비해 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항공수요의 종전 수준 회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올해까지 감염병 사태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ABS 원리금을 돌려주는데 필요한 재원이 있더라도 조기 회수 압박이 시작되면 이들 항공사는 운영자금 확보와 빚 상환이라는 이중부담을 지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업 등 초고강도 비용절감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구책만으로 버텨볼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불가항력적인 외부 리스크가 계속되면 국적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마저 쓰러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간산업의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전국 조종사 노조 연맹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정부지원을 촉구하는 공동 회견을 진행할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를 항공업계 자체 역량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들만해도 25만여명에 달한다. 국내 항공산업이 무너질 경우 일자리 16만개, GDP 11조원이 증발한다. 대한항공 휴업으로 당장 1만5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손을 놀릴 지경에 처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해 소비 진작을 도모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흔들리면 대책 효과는 무의미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옛 한진해운 사태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소한 항공사 채권 발행시 국책은행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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