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이어 마용성도… 아파트 매물 크게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5일 03시 00분


코로나發 집값 하락세 확산… 성동구 두달새 매물 34% 늘어
지난달 거래량은 4분의1로 감소


서울 강남에 이어 강북 인기 지역의 부동산 가격마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작된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강남에서 강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정보업체인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달(19일 기준)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 매물은 8451건으로 올해 1월(6300건) 대비 34.1% 급증했다.

성동구의 아파트 매물 증가율은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다. 이 기간 성동구와 함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불리는 강북의 대표적인 부동산 인기 지역인 마포구(16.2%)와 용산구(12.0%)의 아파트 매물도 크게 늘었다. 성동구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2월 이후 빠르게 매물이 늘고 있다”며 “옥수동 일부 단지는 매달 매물이 약 2배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1, 2개월 전부터 강남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여파가 강북 인기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으로 한동안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집을 매도하려고 나선 이가 늘었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0.02% 떨어지며 39주 만에 하락했다. 올해 초 하락세로 돌아선 후 하락폭을 키워 가고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이어 마포구(0.03→―0.02%)와 용산구(보합→―0.01%), 성동구(보합→―0.01%) 등 강북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값이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이달 들어서는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졌다.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4%로 조사됐고, 마포구(―0.04%)와 용산구(―0.04%), 성동구(―0.01%)도 내림세를 보였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인 6월 말 전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수요도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12·16대책을 발표하며 조정지역 내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올해 6월 말까지 팔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했다.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는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 발표에도 매도를 미루던 고객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오면서 소유한 주택을 내놓겠다고 상담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은 늘고 있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은 양상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68건이던 마용성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247건으로 줄었다. 집주인과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 대 차이가 큰 탓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강북 인기 지역의 경우 일부 호가를 낮춘 매물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 말 오른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며 “호가가 더 낮아지기 전까지는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마용성#아파트 매물#집값 하락세#거래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