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 지역에 공장이 있는 업체들은 코로나19 감염 방지 차원에서 공장 문을 줄줄이 닫고 있는 반면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주춤하고 있는 한국, 중국에 공장을 둔 업체들은 정상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매출 1위 건설기계 업체인 미국의 캐터필러는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와 인디애나에 있는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텍사스 빅토리아 지역의 공장도 셧다운하기로 했다. 미국의 존디어도 아이오와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히타치와 구보타 등 일본 건설기계 업체들도 미국 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일본 고마쓰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등 유럽 공장에 이어 인도, 브라질 공장도 줄줄이 멈춰 세웠다.
반면 한국과 중국에 공장을 둔 두산인프라코어와 볼보건설기계는 코로나19에도 정상적인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전북 군산과 중국 옌타이 지역 등에 굴착기와 휠로더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고, 볼보건설기계는 주력 제품인 굴착기의 60%를 경남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오히려 볼보는 미국과 유럽 공장 문을 닫아 발생한 생산차질의 충격을 한국 중국 공장을 돌려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이 주춤한 사이에 정상적인 조업으로 생산량을 유지하면 코로나 이후 증가할 수요에 미리 대비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며 “중국 건설기계 업체들도 중국 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어 코로나 이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무서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기계 부품 공급망 역시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어 미국과 유럽의 가동 중단이 국내 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내 건설기계 업체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건설기계 핵심 부품 재고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부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공장도 연쇄적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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