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준강남권으로 꼽히는 과천 아파트 전셋값이 눈에 띄게 하락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대표 준 신축인 원문동 ‘래미안슈르’ 아파트 전용면적 84㎡ 주택형이 이달 4일 7억2000만원(12층)에 전세 계약됐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달 9억원까지 전세 거래된 바 있다. 한 달 새 2억원 가까이 전셋값이 떨어진 것이다. 현재는 6억원 후반에도 전세가 나온다.
중앙동 인기 준 신축인 래미안에코팰리스 전용 59㎡도 지난해 말엔 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올해 들어 전셋값이 계속 떨어져 3월 6억72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지금은 6억3000만원에도 전세가 나온다.
구축 아파트도 비슷한 분위기다. 중앙동 주공아파트 10단지 전용 124㎡는 지난해 말 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었는데, 올해 초 7억원으로 떨어진 뒤, 현재 6억~6억5000만원에도 전세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8억원 이상에 전세 거래되던 별양동 주공5단지 전용 124㎡도 6억~7억원대에 전세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92% 떨어져 전국 조사 지역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 무려 3.34%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많이 하락했다. 서울(0.81%↑)과 경기(1.66%↑), 인천(2.46%↑) 등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이 올해 계속 오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과천은 서울 강남과 인접해 ‘준강남권’으로 불리며 지난 한 해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곳이다. 특히 외지 투자수요들이 과천 새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전세로 몰리면서 지난해 전셋값이 10%가량 오른 바 있다.
그러나 고공 행진하던 과천 전셋값은 올해 1월 보합(0)으로 상승세가 멈춘 데 이어, 2월부터 하락 전환해 지난주까지 10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4주간 낙폭(-0.32%→-0.59%→-0.88%→-0.92%)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천 전셋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입주 물량을 꼽는다. 과천에선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1571가구)과 갈현동 ‘과천센트레빌’(100가구)이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의 상당수가 전세로 재공급되고, 또 인근에 전세를 얻어 살던 조합원과 수분양자가 일시에 이동하면서 전세 물량이 대거 시장에 쏟아졌다.
감정원 관계자는 “과천시는 인구가 5만8000여명, 총가구 수는 2만여가구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며 “1600여가구의 입주 물량이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적어 보일 수도 있으나, 과천 총가구 수 대비 8%가 넘는 물량이라 전세 시장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청약 1순위 거주 요건이 강화된 것도 이유다. 지난해까진 과천 지식정보타운이나 3기 신도시 등 일명 ‘로또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거주지를 과천으로 옮기는 청약수요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중순부터 과천을 비롯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청약 1순위 의무 거주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반면 과천 지식타운 민간 분양은 대부분 올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수요 유입이 줄어들면서 전세 수요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천 지역에 올해 말부터 대규모 추가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어 전셋값 약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과천에선 올해 12월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 내년 1월 ‘과천위버필드’(2128가구) 등의 대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천 지역은 올해 말과 내년에도 상당한 수준의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며 “입주 공백 기간 전셋값이 잠시 회복되다가 입주 시기에 다시 전셋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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