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전망치가 실현되면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
IMF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그나마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중 가장 높을 것이란 점은 위안이다.
그러나 22년 만의 역성장 충격파는 클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벌써부터 소상상공인과 자영업자, 경제적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항공산업은 이미 생사에 기로에 섰고,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따라 자동차, 중공업, 해운 철강 등도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신자 1명이 순식간에 수백, 수천명을 감염시키는 예처럼, 무너지는 기업이 1~2곳씩 나타나면 경제계는 순식간에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에는 여야가 합심해 경제살리기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제·산업계에 따르면 IMF는 14일(현지시간) ‘2020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이같은 수치는 3개월전 2.2%에서 3.4%포인트(p)나 떨어진 것이다.
다만, 신속한 코로나19 방역 덕에 다른 나라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양호했다. 그러나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예견된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1분기 내수 침체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세에 따른 세계 교역구조 붕괴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경제원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2020년 국내 수출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로 더욱 심화하고, 장기화되면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인하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코로나19의 글로벌 여파가 우리나라 수출 5분의 1을 받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품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항공, 자동차, 정유 등 경제 근간이 되는 ‘국가 기간산업’이 감염병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사태 종료 직후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기업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이자율을 0%대로 내려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결국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우선적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경제말단부터 타격을 주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사흘 연속 30명 미만대로 떨어졌지만, 식당과 상점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폐업 불황형 실업자가 쏟아지고, 실업급여 수당 신청자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늘었다. 코로나19가 경제 취약층부터 큰 타격을 입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 주에 국회 제출이 예정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안과 같이 감염병 극복을 위한 정부 대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야는 총선 직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확보를 위한 2차 추경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하위 70%, 전국 1400만가구가 대상인 ‘긴급재난지원금’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중 가장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정부의 민생대책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9조1000억원의 재원 중 7조1000억원은 이번 2차 추경으로, 2조원은 지자체 부담을 통해 마련된다.
여야 모두 가계 지원을 위한 정부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추경안 심사는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득하위 7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정부와 달리, 여야가 총선 전부터 ‘전 국민 지급’ 의사를 밝혀 온 만큼 지원 대상 확대 가능성도 있다. 결과야 어떻든 지원의 효과를 높이려면 ‘속도’가 중요하다. 총선후 정치권이 경제난 극복에 힘을 모을지 주목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