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크리에이터(강사)에게 수강료를 연금처럼 생각하라고 얘기해요. 강사에겐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창구가 되고, 수강생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죠.”
2018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에는 지금까지 요리, 공예 등 취미부터 인문학, 직무 관련까지 570개가 넘는 강의가 개설됐고, 2만6000명이 넘는 크리에이터가 가입했다. 각 강좌의 개설 첫 달 평균 수익은 600만 원에 이른다. 서비스 시작 이후 1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클래스101이 크리에이터에게 정산해준 금액은 100억 원을 넘어섰다.
9일 만난 고지연 클래스101 대표(26)는 당장의 성과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그에게 클래스101은 직업의 가치와 의미를 바꾸기 위한 도전이었다. “지금까지는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 교사 같은 직업이 더 좋은 것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클래스101을 통해서라면 색연필 한 자루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어요.” 클래스101은 과외 중개 스타트업 ‘페달링’에서 출발했다. 고 대표도 대학 학부생 시절 페달링에서 스타트업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는 매출이 늘며 순항했지만 규모가 한정된 입시시장의 특성상 더 큰 성장이나 부가가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2017년 11월 기존 사업을 중단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하며 나온 아이디어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었다.
고 대표는 “빨리 사업을 전환한 것이 근로시간 단축, 워라밸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중요해지는 시기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미니어처나 소품을 직접 만드는 DIY 강의는 2월 수강생이 1월에 비해 290% 늘었다. 최근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업무협약을 맺고 일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온라인 강의 수요가 늘자 정규교육까지 진출한 것이다.
온라인에 다양한 유·무료 강의가 넘치고 있는 가운데 클래스101은 강사와 수강생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강의 개설 전 수요조사를 통해 수강생이 강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콘텐츠 중 어떤 키워드에 반응하고,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지 내부 데이터에 기반해 측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강의 기획, 제작, 개설 등 전 과정을 컨설팅한다. 또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수강생에게 필요한 준비물이나 강의안까지 모두 수강생에게 제공한다. 그림 그리기 강의를 신청했다면 영상 속에서 강사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물감, 스케치북, 붓 등 모든 도구를 준비해 집으로 배송해주는 식이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클래스101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주로 한국어 강의를 번역해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현지 강사 강의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인 강사의 강의를 일본이나 한국에서 듣는 식으로 콘텐츠를 늘려나갈 수 있다. 온라인 강의의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존재가 되는 셈이다.
고 대표는 “‘구글링하다’라는 단어가 있듯 ‘클원(클래스101의 줄임말)하다’라는 단어가 생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실상 사라지고, ‘투잡’이나 ‘스리잡’, 조기은퇴 등이 일반화되는 세상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독립출판 강의를 들은 한 직장인 수강생이 어릴 때부터 가졌던 동화작가의 꿈을 살려 정말로 동화책을 출판했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어요. 60대 여성분이 영상편집 강의를 듣고 유튜브에 처음으로 브이로그를 올렸다는 후기도 있고요. 그분들이 또다시 클래스101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겠죠. 누구나 클래스101에서 다양한 강의를 취미처럼 들으며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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