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입문자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종잣돈 문제일 것이다. 경매가 주로 부동산을 다루다 보니 목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경매는 소액으로도 충분히 투자가 가능한 재테크 수단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안성시의 10여 년 된 아파트 한 채가 경매에 나왔다. 동과, 향, 층 모두 무난한 전용면적 84m²로, 최초 감정가는 2억1300만 원이었다. 1회 유찰돼 최저가는 1억4910만 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수도권 인근 지역이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안성시 일대에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이 몰려 있어 해당 아파트는 최근까지 시세가 하락했다.
그러나 P 씨는 이 아파트의 숨겨진 가치에 주목했다. 아파트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던 대형 쇼핑몰이 환경단체와의 갈등으로 난항을 겪다가 최근 착공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쇼핑몰 공사가 진행되면 현장 근로자의 숙소가 필요할 것이고, 준공 후에는 직원의 임대 수요도 생길 것이니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P 씨는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입찰해 8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낙찰 받았다. P 씨의 입찰가는 1억7498만 원. 문제는 잔금 납부였다. 입찰보증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대금을 잔금 납부기일인 한 달 안에 마련해야 했다. P 씨가 보유한 자금은 직장인 신용대출을 통해 마련한 2000만 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P 씨는 ‘경락잔금대출’ 제도를 통해 무사히 잔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
경락잔금대출이란 금융기관이 낙찰 받은 물건을 담보로 경매대금 잔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제1금융권은 아파트, 빌라 등 주거용 건물 위주로 2%대 중반∼3%대 중후반 이율로 평균 낙찰가의 80%까지 대출해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점검을 위해 엄격한 소득증빙을 요구하고, 신용도와 소득수준에 따라서 대출비율과 이율에 차이가 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은 낙찰가의 90%까지 대출을 해준다. 이율은 평균 3∼5% 정도이고 신용 등급은 7등급 이내여야 대출이 수월하다. 주거용 건물뿐만 아니라 상가, 토지 등도 취급한다.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갈수록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경락잔금대출은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다. 일반 사업자대출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높일 수도 있다. 일반사업자 대출은 대출용도 제한이 있으므로 안전하게 많은 대출을 받으려면 목적이 특정된 매매사업자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다만 최근 시행된 대출규제로 조정대상지역 내에서는 사업자도 대출비율이 50%로 줄었음을 유의해야 한다.
P 씨가 낙찰 받은 아파트는 안성시라 비규제 지역인 데다 대출비율이 높은 매매사업자 대출 등을 활용해 낙찰가의 80%가량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P 씨는 조기에 수익을 회수하기로 결정하고, 명도를 마무리한 뒤 올해 2월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다. 쇼핑몰 착공 소식 덕분에 한 달도 안 돼 2억10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P 씨는 잔금을 납부한 지 한 달여 만에 약 3100만 원의 차익을 손에 쥐게 됐다. 매매사업자로 매각을 하다 보니 단기매도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아 양도세는 차익의 10%대였다.
P 씨의 종잣돈은 신용대출로 마련한 2000만 원이 전부였지만 경락잔금대출 등을 활용해 단기간에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의 차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이처럼 부동산 경매는 소액으로 충분히 투자가 가능한 재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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