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 7명 중 3명의 위원이 새로 추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조윤제 전 주미대사(68),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해 온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56)가 포함됐다. 한은과 정부 간 정책 공조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한은은 이달 20일 임기가 종료되는 금통위원 4명 중 고승범 위원(58)을 뺀 3명을 새로 추천받았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 주 교수와 함께 서영경(57)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이 금통위원에 새로 합류했다. 기존 금통위원인 고 위원은 연임하게 됐다. 금통위원 연임은 1950년 금통위 출범 후 처음이다. 이일형 신인석 조동철 금통위원은 물러난다.
7명인 금통위원은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에 더해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5명을 추천하며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기재부 장관 추천인 조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보좌관을 지냈으며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아 현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을 짜는 데 관여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에 가깝다는 평가다. 금융위원장이 추천한 주 교수는 2018년부터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맡으며 친정부 성향이 강한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주 교수는 학계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중도적으로 평가받지만 최근 기고문 등을 통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고 나서자 비둘기 색채가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한상의 회장 추천 몫인 한은 최초 여성 임원(부총재보) 출신인 서 원장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여겨지나 민간 기관의 추천을 받은 만큼 비둘기파에 가까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출신으로 한은 추천인 고 위원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한은은 연임 사유에 대해 “고 위원은 금통위원 과반수가 동시에 교체되면서 훼손될 수 있는 통화정책 연속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제 서영경 위원의 임기는 4년이며 고승범 주상영 위원은 3년이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지만 한꺼번에 위원 4명이 바뀌는 상황을 막고자 법을 개정해 이번에만 한은과 금통위 추천 위원 임기를 줄였다. 신임 금통위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인 만큼 금융 안정과 경기 부양을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