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임시직… ‘코로나 쇼크’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덮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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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충격 현실화]취업자수 10년만에 첫 감소

17일 오전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사람들이 서울의 한 고용복지센터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는 19만5000명 줄었고, 일시 휴직자는 126만 명 늘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7일 오전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사람들이 서울의 한 고용복지센터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취업자는 19만5000명 줄었고, 일시 휴직자는 126만 명 늘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마포구에서 직원이 3명인 작은 옷가게에서 십여 년간 일한 조모 씨(57·여)는 얼마 전 일자리를 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장사가 안되자 사장이 폐업을 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와 17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를 찾아 나란히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그는 “몇 년째 경기가 안 좋아도 버텼던 가게가 이번 코로나19로 아예 문을 닫게 됐다”며 막막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지난달부터 현실화한 가운데 청년, 여성, 임시직 등 고용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 충격이 일단 집중된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제조업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덮친 ‘코로나 쇼크’


17일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만9000명 줄었다. 청년 고용률은 1.9%포인트 떨어진 41.0%로 201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반면 60대 이상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가 19만5000명 감소한 와중에도 33만6000명 늘었다. 노인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면 전체 취업자 감소 폭이 50만 명 선에 달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재정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코로나19로 현재 쉬는 경우가 많지만 지표상으로는 아직 취업자(일시 휴직자)로 잡힌다. 여성 취업자도 10년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해 여성 고용률 하락 폭(―1.0%포인트)이 2009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업종별로 보면 청년과 여성이 주로 일하는 서비스업 일자리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도소매업, 숙박·음식업과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모두 37만7000명 줄었다. 이 업종들은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자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들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고용기간이 짧은 임시직과 일용직 취업자도 지난달 59만3000명 감소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자영업의 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서울에서 가전제품 판매점을 하는 박모 씨(60)는 지난달 직원 2명을 모두 해고했다. 최근 매출이 반 토막 나면서 도저히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박 씨는 “정부에서 월급의 상당 부분을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준다고 했지만 나머지 월급을 충당할 여력도 없다”며 “가게를 열어봤자 관리비만 나가는 상황이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9만5000명 줄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4000명 늘었다. 직원들을 내보내고 1인 가게로 버틴 자영업자가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 채용 연기되며 아예 구직 활동 포기


지난달 취업자 중 일시 휴직자는 1년 전보다 126만 명(363%) 급증해 160만7000명으로 불어났다. 대전 인구(147만 명)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영세업체는 물론이고 일부 대기업까지 휴업·휴직을 실시한 영향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일시 휴직자는 휴직 사유가 해소되면 일반 취업자로 복귀하지만 고용 상황이 더 악화되면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용이 줄줄이 연기돼 미취업자들이 아예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4.2%)은 0.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공식 실업자에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 구직자 등을 모두 포함해 계산하는 확장실업률(체감 실업률)은 지난달 14.4%로 2015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다음 주 △대기업을 포함한 고용유지대책 △실업대책 △긴급·신규 일자리 창출 대책 △사각지대 근로자 생활안정대책 등이 담긴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고용 충격은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를 받아 보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최혜령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고용충격#취업자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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