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출절벽→부품사 자금경색… 車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3시 00분


해외 영업망 무너지고 생산 중단… 르노삼성은 수출 1년새 73% 급감
협력사 조업단축-임금삭감 ‘휘청’… 운영자금 바닥, 연쇄도산 우려
업계, 32조원 긴급 지원 요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 차량 생산과 판매가 모두 중단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4월 수출이 1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8일 오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가 수출을 앞둔 차량들로 가득하다. 울산=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 차량 생산과 판매가 모두 중단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4월 수출이 1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8일 오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가 수출을 앞둔 차량들로 가득하다. 울산=뉴스1
국내 완성차 회사에 차량의 운전대, 바퀴 휠 등을 공급하는 중견기업 A사는 최근 완성차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자 조업 시간을 단축했다. 하지만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회사 운영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중소부품업체인 B사는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기업 규모가 작은 탓에 신용등급이 좋지 않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책이 나올 때마다 살펴봐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엔 그림의 떡”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붕괴 직전에 놓였다. 수출 등 해외 비중이 60%(지난해 60.8%)를 넘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해외 판매 실적 저조로 국내외 생산라인 가동을 잇달아 중단하면서 그 불똥이 부품업계 전반으로 옮겨붙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 32조 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가 예측한 4월 수출 차량은 12만658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43.1%) 감소한 것이다. 특히 유럽 비중이 높은 르노삼성자동차는 72.9% 줄 것으로 내다봤고, 쌍용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각각 예상 감소 폭이 51.1%, 48.7%에 달했다.

현대자동차는 주력 해외시장들의 유통망이 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의 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비롯해 멕시코와 인도의 모든 영업망이 업무를 중단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영업망이 가동되고 있지만 실제 문을 연 곳이 절반도 안 되는 데다 판매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재고 조절을 위해 13일부터 17일까지 울산5공장의 투싼 생산을 멈추기도 했다.


차량 생산 중단이 9000여 개의 부품 협력사들에 미치는 파장은 1차, 2차, 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심각하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현대·기아차의 생산 중단에 따라 공장 가동을 멈췄고,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국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1차 협력사에 납품하는 C사는 직원의 단축근무와 순환휴무도 모자라 관리직 임금을 20% 삭감했다. 이 회사 대표는 “작은 회사들이 가진 건 기술력과 특허뿐인데 이것만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부품사들의 올해 만기 예정 채무는 2조4000여억 원, 1차 협력사가 2, 3차 협력사에 매출채권으로 발행하는 어음이 7조2000여억 원에 달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완성차 회사부터 부품사까지 운영자금과 대출 만기 연장, 수출금융 등 긴급 자금 32조8000억 원 지원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과 달리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업 대출과 회사채 매입에 2조3000억 달러(약 2800조 원)를 투입하고, 유럽과 일본도 최대 수천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절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무엇보다 유동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코로나19#자동차 산업#국내 완성차 5개사#비상경제회의#기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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