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달러 모으자"…2년5개월만에 최대 증가
한 달 새 늘어난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 약 8.3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달러화 예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한 상황에 ‘믿을 건 달러뿐’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기업 등이 달러 사재기에 나선 영향이다. 특히 기업들의 달러화 예금은 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증가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 국내 거주자의 미 달러화 예금은 644억6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59억2000만달러 폭증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지난 1월부터 두 달 연속 예금액이 빠졌다가 석 달 만에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1월(59억3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달러화 예금 급증으로 거주자 전체 외화예금은 752억9000만달러로 전월대비 67억8000만달러 늘었다. 마찬가지로 2018년 11월(69억4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폭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1217.4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8조25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일반 기업의 현물환 매도 지연, 현금성 자산 확보, 증권사의 단기자금 예치 등으로 달러화 예금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는 달러 가치가 비쌀 때 달러화를 파는 수요가 늘어나는데, 지난달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패닉에 달러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사들인 수요가 많았던 것이다.
기업들의 ‘달러 확보’ 현상은 두드러졌다.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504억1000만달러로 전월대비 57억달러 증가했다. 지난 2017년 10월(71억5000만달러)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 늘어난 것이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도 140억5000만달러로 2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밖에 유로화 예금도 36억5000만달러로 5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한은은 “투자자 예탁금, 해외 파생거래 관련 증거금 일부 회수 등으로 증권사의 단기자금이 예치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예금은 1억5000만달러, 영국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 등 기타통화 예금과 1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엔화 예금은 3000만달러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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