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동아일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제조업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대담에서 “국내 제조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닥칠 미래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안이 스마트공장”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은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공장이다. 제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기부는 대기업과 협력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 1만2600여 곳을 지원했다. 이날 대담에는 박 장관과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사장)이 참여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제조업체 4곳에 스마트공장 기술을 전수해 마스크 생산량을 51% 늘린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산업계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나. ▽박영선 장관=코로나19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바뀔 것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각국이 자국의 제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이에 맞춰 국내 산업계를 재편하는 게 향후 최대 과제다. ▽김종호 센터장=코로나19를 통해 자국 내 의료 장비 및 방역 용품에 대한 제조 공급망을 갖췄는지가 국가의 역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제조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제조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스마트공장이 한국 산업계와 중소기업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나.
▽김 센터장=지난해 중소기업 140여 곳을 직접 다녀봤다.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도 양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던 로봇용 감속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중소기업 ‘SBB테크’도 그런 기업이었다. 직원 20명을 투입해 스마트공장 구축을 도운 결과 이전에는 ‘품질이 불안해서 못 쓴다’던 거래처가 ‘품질이 너무 좋아졌다’며 이달부터 SBB테크의 샘플을 납품받기로 했다.
▽박 장관=스마트공장이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 분야를 디지털 경제에 발맞춰 혁신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스마트공장은 모든 공정을 데이터화하고 AI로 분석해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인건비 절감까지 가능하다. 해외에서 국내로 공장을 옮기는 유턴 기업들에 정부가 과감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기부는 그 일환으로 유턴 기업에 스마트공장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스마트공장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기업 역할이 커 보인다.
▽박 장관=하루 생산량 1000만 개 수준이던 마스크 생산량을 1400만 개까지 늘렸던 건 삼성전자가 1개월 만에 마스크 제조업체 4곳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한 덕분이었다.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이 멘토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김 센터장=삼성전자가 수십 년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겠나. 그런 경험을 벤치마킹해 중소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다. 스마트공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윈윈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이 튼튼해져야 중견기업, 대기업도 튼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스마트공장 지원 계획은….
▽박 장관=올해는 중소기업을 위한 ‘제조데이터센터’를 만드는 첫 해다. 스마트공장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모아 AI로 분석하는지에 달려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이런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스마트공장뿐만 아니라 스마트상점 등을 통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구현하는 동시에 이런 변화에 뒤처지는 분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만드는 게 올해 목표다.
▽김 센터장=삼성전자 평택공장은 모든 설비를 데이터센터에서 제어한다. 이게 중소기업이 가야 하는 미래다. 하지만 그동안 자금과 인력난으로 대다수 중소기업은 데이터를 단순히 모니터링하는 수준이었다. 제조데이터센터가 생기면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 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올해 중소기업 한 곳만이 아니라 그 회사의 협력사까지 지원하는 ‘패밀리혁신’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신규 스마트공장 도입과 기존 스마트공장의 사후관리까지 계속해서 지원하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