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졸업한 취업준비생 신모 씨(23·여)는 이달 9일부터 2주 동안 경기 성남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저신용자 소액대출 관련 업무를 돕고 있다. 공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그는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이들 시험은 줄줄이 연기된 상태다. 신 씨는 “취업 준비부터 막혀 버린 상황이라 우선 행정인턴이라도 하면서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며 “이왕이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자리에 붙길 바랐는데 경쟁이 워낙 치열해 2주짜리 업무에 배정된 게 아쉽다”고 했다.
청년들이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단기 일자리에 몰리는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절박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원하는 일자리에서 언제 채용 공고가 나올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 당장의 생활비 마련이 급한 데다 자칫 실업 기간이 길어져 경력단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 코로나로 직장 잃고 주민센터 임시직에 몰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지자체들이 뽑은 청년 단기 인턴들은 대부분 코로나19로 업무가 폭증한 각 동 주민센터에 배치됐다.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소상공인 지원 등 각종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돕는 게 이들의 주요 일과다.
몇 주에 불과한 임시직이지만 일부 지자체의 청년 단기일자리는 경쟁률 10 대 1을 넘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의 한 주민센터에서 2개월짜리 단기 인턴으로 일하는 윤모 씨(27·여)는 “취업을 준비하던 기업의 면접 일정이 연기돼서 지원했는데 경쟁률이 15 대 1이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면접이 언제 다시 잡힐지 알 수 없는데 마냥 쉴 수도 없어 답답했다”며 “주변에도 아르바이트에서 잘리거나 무급으로 쉬는 친구들이 많아 다들 불안해한다”고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평소보다 지원자가 많을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신청자 3122명 중 24∼29세가 54%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다니던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은 뒤 지자체 단기 일자리에 지원하는 청년들도 많다. 경기 안산시의 담당자는 “지원자 대부분이 20대였는데 원래부터 그냥 놀던 친구들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을 하다 그만둔 사람이 많았다. 직전에 유명 전자회사나 대형 리조트 등 좋은 회사에서 일한 사람도 꽤 있었다”고 했다.
지원자 중에는 최근에 일거리를 잃은 30대 이상 연령층도 적지 않다. 대구 서구가 모집한 단기 일자리에 지원한 박모 씨(37·여)는 “곧 결혼할 남자친구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손님이 크게 줄어 가게 일을 도울 필요가 없어졌다”며 “때마침 구청에서 구인 공고를 내서 절박한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대입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큼 마음이 초조하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인턴 김모 씨(24·여)는 “요즘은 편의점에서조차 알바를 안 뽑는다”며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이런 지자체 단기 알바도 한줄기 희망”이라고 말했다. ○ “청년들 숨통은 트여주겠지만 근본대책 못 돼”
청년들이 이런 초단기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은 주로 대면(對面) 서비스업에 많이 종사하는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가장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만6000명 줄어 각 연령대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구직활동을 하지 못해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20대도 4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5.8% 급증했다.
일부 지자체는 단기 일자리를 공급하는 대신 각종 수당을 통해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코로나19 신속 청년수당’을 통해 이번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892명에게 1인당 50만 원씩 지원했다. 전북도도 청년실직자에게 3개월간 150만 원을 지원하는 한편 이들을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이런 노력들이 최근의 청년 실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기업들의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더라도 청년들의 구직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 단기 일자리가 당장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제도적으로 기업이 채용을 늘릴 만한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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