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높게” “저가매물 중개소 끊어라”… 딱걸린 집값 담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2일 03시 00분


국토부, 신고 166건 중 11건 입건
수원-안양-위례신도시 등 집중, 온라인 담합 최다… 현수막 걸기도
공동주택 불법거래 1694건 추정… 탈세 등 의심 835건 국세청 통보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A 씨는 올해 초 “저가 매물 등록을 유도하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을 단지 안에 내걸었다. 실제로는 거래가 이뤄진 적이 없는 가격을 ‘실거래가’라고 명시하며 해당 가격 이하로 매물을 중개하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말자는 내용의 안내문도 붙였다. A 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집값 담합 관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담합 의심 사례 11건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21일∼3월 11일 한국감정원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신고된 총 364건 가운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166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결과다. 국토부는 “166건 중 나머지 100건에 대해서는 내사가 진행 중이며, 55건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돼 집값 담합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된 뒤 처음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담합 행위로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입건된 11건 중 온라인을 통해 가격 담합 행위를 해 입건된 사례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카페에 “저가 매물 유도하는 ○○부동산은 이용하지 말라” “5억 원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라”는 글을 올리거나 “과거 최고가 대비 저층은 2000만 원 이상, 고층은 5000만 원 이상 가격을 올려 내놓아야 한다” 등의 글을 올린 사례가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가격 담합을 유도하고 특정 공인중개사를 이용하지 않도록 유도한 사례는 1건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단체를 구성해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특정 공인중개사와의 공동 중개를 거부한 사례도 2건 적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건된 사례 11건은 경기 수원시, 안양시, 위례신도시 등 주로 경기 남부권에 집중됐다”며 “혐의가 확인된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올해 2월에 이은 부동산 실거래 3차 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이번에는 조사 대상을 서울 25개 구에서 31개 투기과열지구 전체로 넓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11월까지 공동주택 거래 1만6652건 중 불법적인 거래가 의심되는 1694건이었다. 이 중 835건은 탈세 및 편법증여가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됐다. 국토부는 이날 “경기 군포시 화성시, 인천 연수구 부평구 등에서 부동산 매매법인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대출, 세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매매법인 거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월평균 0.4% 수준이었던 화성시의 법인 매수 비중이 올해 3월 9.7%까지 증가했다. 군포시는 1.2%에서 8%까지 높아졌다. 국토부는 유명 유튜버 등 중개업 자격이 없는 사람의 무등록 중개행위, 청약통장 거래 등 부정청약, 허위 매물을 온라인 사이트 등에 올리는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부동산#집값 담합#국토부#중개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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