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전날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한도대출
시장 예상보다 큰 규모…아시아나, 연말까지 유동성 확보
현대산업개발 "상황 달라진 것 없어…인수 절차 진행 중"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주도권을 쥔 HDC현대산업개발이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수은은 전날 각각 신용위원회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어 아시아나에 1조70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아시아나가 필요할 때 마이너스 통장처럼 꺼내 쓰는 형식이다.
추가 지원 규모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컸다. 산은과 수은이 과감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차질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를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하는 것보다 계약금을 잃더라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욱이 당초 지난 7일로 예정됐던 주금 납입일은 무기한 연기된 것도 채권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로 계획된 신주상장 예정일도 주금 납입 연기에 따라 미뤄졌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 인수, 한도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하는 등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고, 현재 아시아나는 이를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더욱이 자산유동화증권(ABS) 4688억원에 대한 만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당장의 추가 지원으로 아시아나는 숨통을 틔게 됐다. 매달 2000억~3000억원의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아시아나에 유동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부담도 그만큼 덜 수 있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의 인수계약 완료 선결조건 중 하나인 기업결합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인 6개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승인 절차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직 잔금을 치르기 위한 아시아나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기업결합 승인이 종료되는 즉시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은과 수은에서 빌린 차입금 1조7000억원을 갚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모채 발행과 인수금융 등을 통해 부족한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딜 클로징’(인수계약 완료) 시점을 정해놓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과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영구채 5000억원 출자전환, 연 7%대의 금리인하, 차입금 상환유예 등 일부 조건을 두고 추가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양측이 인수계약이 완료되길 바라고, 채권단의 대규모 추가 지원으로 협상은 험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상황을 유동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달라진 상황은 없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인수계약 완료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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