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선물 ETN 2개 종목 이틀간 매매거래 정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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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 속 과열투자 양상… 거래소 “원금 전액손실 위험” 경고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 속에 과열 투자 양상을 빚고 있는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22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WTI 선물 가격이 50% 이상 하락할 경우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또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의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아 23일부터 이틀간 매매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가 정지된 삼성·QV(NH투자증권) 레버리지 ETN의 거래 재개 시점은 별도로 공지할 계획이다. 괴리율은 ETN 가격과 실제 지표가치의 차이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자산의 경우 3%, 해외 자산의 경우 6% 정도를 정상 범위로 본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개인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비정상적으로 괴리율이 높아졌다. 실제 원유 가격에 비해 시장에서 금융상품이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이날 650원에 거래를 마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괴리율은 917%에 달했다. 전날보다 주가는 28.18% 떨어졌지만, 주당 실제 가치가 64.14원으로 전날 장 마감 기준(600.95원)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문제는 WTI 선물 ETN 투자자 중 다수는 현재 유가가 많이 떨어져 향후 유가가 오르면 쉽게 수익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해당 ETN은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기준으로 정산하고, 매월 선물을 교체하는 ‘롤오버’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유가가 오른다고 곧바로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괴리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유가가 오르더라도 시장가가 지표가치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 종목들은 WTI 선물 가격 일간 등락률의 2배를 기초자산으로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유가가 하루 만에 50% 이상 떨어지면 지표가치가 0이 돼 거래가 정지되고,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표가치가 0이 되면 추후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이미 전액 손실이 확정돼 투자자의 손실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괴리율이 높은 상태에서의 매수는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손실이 났더라도 팔고 나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원유 ent#매매거래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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