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1.4%로 떨어진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가 재정을 투입했고 수출이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성장률 하락폭이 줄었다.
이에 코로나19에 따른 성장률 둔화는 2분기(4∼6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당분간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데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소비시장이 냉각되면서 한국의 수출 감소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 1분기는 민간소비에 타격…2분기 충격 더 클 듯
23일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충격이 1분기에는 주로 민간 분야에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는 1998년 1분기(―1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6.4%로 곤두박질쳤다. 소비 심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음식 및 숙박업, 운수업 등에 타격이 집중됐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가 1분기 성장률을 2%포인트 혹은 그 이상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시장에선 이날 발표된 성장률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 범위(―1.5% 안팎) 안에 있는 만큼 큰 동요는 없었다. 코스피가 전날 대비 0.98% 오르며 1,900선을 회복했고 원―달러 환율은 2.5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달러당 1229.7원으로 마감했다.
문제는 2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지난해 말부터 잠시 이어졌던 투자와 수출 회복세가 1분기 성장세 둔화를 완충해 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2분기 성적표는 1분기와 비슷하거나 상황에 따라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4월 이후 2분기 성장률을 예측한 국내외 13개 기관의 평균은 ―1.3%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3.1%)를 비롯해 13개 기관 모두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덮쳤던 2003년 1분기(―0.7%)와 2분기(―0.2%)가 마지막이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는 내수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1분기에 선방한 수출이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반영돼 있다.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항공업, 정유업 등 기간산업들도 고사 위기에 처한 만큼 2분기 국내 산업계 상황도 불투명하다. 박 국장은 “내수 위축이 어느 정도 완화될지,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세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따라 2분기 성장률이 좌우될 것”이라면서도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해외시장 회복 불투명…수출이 최대 변수
특히 수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관세청은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9%, 일평균 수출이 16.8%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존 계약 물량 덕분에 1분기 수출에서 그나마 선방한 반도체도 4월 들어서는 수출 금액이 전년 대비 ―14.9% 줄었다. 자동차(―49.8%) 수출이 반 토막 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이에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2%로 재차 낮췄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2%)보다 3.4%포인트 하향 조정한 ―1.2%로 내놨다. 그나마 미국(―5.9%), 일본(―5.2%), 독일(―7.0%) 등 주요국보다는 한국의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거대 소비시장인 이들 국가의 경제가 제때 회복되지 않으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상품을 팔 곳을 찾지 못해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의 제조업 기반 덕분에 그나마 성장률이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며 “적기에 제대로 된 대책을 시행해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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