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어딜까?’…강남 재건축 급매물 최대 20%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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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24일 09시 58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 News1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 News1
“집 주인들이 값을 낮춰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집을 팔아달라고 하시는데, 집값이 당분간 오르기 힘들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급매물도 거래가 안 되네요. 매수자를 끌어보려고 호가를 계속 낮추는데도 매수자들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입니다.”(서울 송파구 A공인)

서울 강남 재건축 급매물 호가가 하루 사이에도 수천만원 떨어지는 등 낙폭이 갈수록 커지면서 집값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4일 강남권 중개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대표 재건축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 주택형 중·고층 급매물이 최근 19억6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 주말만 해도 20억2000만~20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었다. 그러나 거래가 안 되자 이번 주 초 20억원으로 떨어졌고, 그래도 팔리지 않자 조급해진 집주인들이 1000만~2000만원씩 거듭 호가를 내리면서 더 떨어졌다.

주목할 것은 낙폭이다. 지난해 12월 고점(24억3400만원)과 비교하면 약 4개월 만에 4억7000여만원 떨어져, 고점 대비 낙폭이 20%로 확대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낙폭에 빠르게 근접해가고 있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 시세 바로미터인 잠실5단지는 금융위기의 정점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9월) 이후 3개월여 만에 26% 급락하며 서울 주택시장을 하락장으로 몰고 간 바 있다.

강남구 인기 재건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비슷한 분위기다. 최근 전용 84㎡ 주택형 고층이 18억8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19억원선이 붕괴됐다. 해당 주택형 급매물은 지난 주말 19억~19억3000만원에 머물다 이번 주 초 18억9000만원으로 떨어진 뒤 1000만원 더 하락했다. 역시 지난 12월 고점(24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4억7000만원 떨어져 20% 하락했다.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대책에 이어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주택시장 하방압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소득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보유세마저 크게 오르자 과세 기준일(6월1일) 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급매물이 늘고 호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금·대출 부담이 큰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방압력이 확산하고 있다.

재건축 낙폭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집값 바닥이 어디까지 내려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제 전반이 워낙 안 좋다 보니 현재로선 바닥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어서 집값 하락세는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0조970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6조5246억원)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민간소비는 6.4% 줄어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보유세 과세 전인 다음 달 말까지 재건축과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고, 호가 하락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봤다. 이후 급매물은 다소 줄어들 수 있으나, 실물경기가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연말까지는 주택시장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며 “집을 팔아 현금자산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특히 고가주택의 경우 상반기를 넘어 3분기 이후에도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은 실물경기에 더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침체돼 부동산 회복 속도는 주식시장보다 크게 늦을 것”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적어도 연말까지는 위축될 것으로 보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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