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상품에 투자 밀물… 손실 우려도 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03시 00분


금융시장-증시 출렁이자 한탕 유혹… 개인 FX마진거래 규모 200% 폭증
원유 선물 ETN 등에도 자금 몰려
전문가 “개미들 도박 가까운 투자… 글로벌 변동성 커 신중해야” 강조

환율 변동성에 투자하는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 규모가 지난달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최고 수준의 위험을 경고한 원유 관련 파생상품에도 1조 원 넘게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변동성이 커지자 ‘한탕’을 노린 투자자들의 자금이 투기성 짙은 상품으로 몰리고 있어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FX마진거래 대금은 총 213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1만1508달러)보다 200.1% 늘었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1217.4원) 기준 약 26조 원에 달한다. 1월 54억7000만 달러에서 2월 98억6000만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 급증해 200억 달러 선을 넘었다. 거래량도 19만4212건으로 1년 전(6만6078건)보다 193.9% 늘어났다.

FX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고위험 고수익 금융투자상품이다. 레버리지 비율이 10배에 달해 최근 개인투자자 거래가 급증한 원유 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보다도 투기성이 짙다. 환율이 5%만 변동해도 50%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작은 환율 변동에도 투자금을 전액 날릴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수년 전부터 금융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곤 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1156.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9일 1285.7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음 날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소식에 다시 1240원 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원유 선물 ETN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도 계속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급락한 이달 10일부터 24일까지 10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과 ETF를 총 1조3649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추후 반등할 것을 노린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를 이어간 것이다.

22일 한국거래소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ETN 4개 종목에 대해 전액 손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감원도 23일 모든 WTI 선물 ETN 및 ETF 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등 한국 증시의 우량주에 투자하며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소비자들이 자칫 고위험 투자상품에 눈을 돌렸다가 큰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개인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도박’에 가까운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fx마진거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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