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 중 지난해에는 핀테크 기업과 유통, 여행, 패션 기업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올해는 벤처캐피털 등이 돈줄을 조일 것으로 보여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주로 하는 온라인 기업을 제외하고는 자본력이 취약한 유니콘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큰 시련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아일보가 27일 국내 유니콘 기업 11곳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유니콘 가운데 지난해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간 곳은 쿠팡을 비롯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야놀자 무신사 등이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7조1531억 원으로 전년(4조3546억 원)보다 64.3% 늘었다. 토스는 116.6%, 배달의민족은 79.8% 증가했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매출이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4개사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특히 여행과 모바일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140개 이상을 인수하며 ‘모바일 벤처 연합체’를 표방하는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이 1895억 원으로 2018년 동기(3939억 원) 대비 51.9% 급감했다.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P코스메틱도 지난해 매출액이 2349억 원으로 전년 3207억 원에서 27% 줄었다. 제약업체 에이프로젠과 화장품 업체 지피클럽도 매출이 각각 47.7%, 9.8% 감소했다. 대체로 중국과 일본 등 해외사업 부진과 신상품 출시 지연 때문이었다.
지난해 성장한 곳들도 올해는 지속 성장을 장담하기 힘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해외에서 대규모로 자본을 끌어와야 하는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캐피털의 아시아 투자 건수는 1072건으로 전년 동기(1348건)보다 20%가량 줄어들었다. 국부 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의 스타트업 투자도 대폭 감소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유니콘 기업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실탄(투자)이 많이 필요하다. 해외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니콘들의 성장세는 완만해지거나 마이너스로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시장이 과거에는 스타트업 우위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투자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과는 온라인과 해외사업 비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 기업이 쿠팡이다. ‘시장 바구니’ 대신 ‘온라인 장바구니’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1분기(1∼3월) 거래액만 4조84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6.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외 사업 비중이 큰 여행, 패션, 뷰티 부문은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벤처투자사 TBT의 임정욱 대표는 “e커머스, 온라인 스트리밍, 디지털 헬스케어 등 온라인 비즈니스 위주인 곳들은 사업 성과가 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 발을 걸치고 있는 업체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올해 유니콘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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