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드라이브 스루’ 재건축 조합 총회…여긴 어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17시 30분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관리처분변경총회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관리처분변경총회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서울 개포주공 1단지 내 공터에서 열린 재건축 조합의 관리처분 총회는 사진기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취재꺼리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총회를 할 수 없던 조합은 ‘드라이브 스루’라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조합원들은 각자 차량에 탄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총회에 참석했다. 차량 이용이 불가능한 조합원은 총회 장소 입구에서 배부한 방역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고 서로 거리를 둔 의자에 앉았다.

‘개포주공단지’, 코로나19의 위험도 무릅쓰고 조합원들이 모이는 이곳은 어떤 곳일까? 인터넷 오픈 사전의 개념으로 따지면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에 대한주택공사가 1982년에 건립한 대단위 공동주택 단지”다.

1982년 3월 마무리 공사 중인 개포주공아파트. 동아일보DB
1982년 3월 마무리 공사 중인 개포주공아파트. 동아일보DB

한 때 개포동을 비하하는 표현도 있었다. 대모산에 막혀 접근성이 떨어지니 강남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인 그 유명한 구룡마을도 개포동 소재다.

그랬던 개포동이 이제는 상전벽해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접근성이 안 좋다’라는 이야기는 양재천, 구룡산, 대모산으로 둘러싸인 친환경적인 마을로 말 바꾸기 되었다. 대치동도 가까워 교육여건도 좋단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만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DB)에는 공사가 한창이던 그 시절 사진과 이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남아 있었다.

1982년 11월 개포지구 아파트 당첨자 명단이 붙자 부동산 소개업소에서는 즉석 인화 카메라까지 동원하여 당첨된 사람들에게 프리미엄을 주고 당첨권을 샀다. 복부인이라는 용어도 이 즈음 등장했다. 동아일보DB
1982년 11월 개포지구 아파트 당첨자 명단이 붙자 부동산 소개업소에서는 즉석 인화 카메라까지 동원하여 당첨된 사람들에게 프리미엄을 주고 당첨권을 샀다. 복부인이라는 용어도 이 즈음 등장했다. 동아일보DB


1989년 5월 개포동 주민들 지하철 3호선 노선 환원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1989년 5월 개포동 주민들 지하철 3호선 노선 환원 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영화로도 기록돼 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강남 1970’은 도시개발 계획이 본격화된 1970년대 초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부동산 투기세력과 정치권, 건달 사회를 둘러싸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겪어보지 못한 강남의 시작을 보여준 이 영화 배경인 1970년대에 비해 지금 강남의 땅값은 2천 배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키백과가 설명하는 개요 중 핵심만 요약하면 이렇다.

“1982년 건립 5층 국민주택 1~4단지 방2개, 욕실1개. 1983년 건립 고층아파트 5~7단지 방3개 욕실 1개. 소형평면위주 대규모 5040가구. 개별 연탄난방 이후 도시가스변경. 주공2단지 5층 방1개 욕실1개”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관리처분변경총회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차량을 타고 온 조합원들이 주차를 하기 위해 줄지어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관리처분변경총회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차량을 타고 온 조합원들이 주차를 하기 위해 줄지어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관리처분변경총회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회는 조합원들이 각자 차량에 탄 상태에서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됐고, 걸어서 참석한 조합원은 인근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의자에 거리를 두며 착석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관리처분변경총회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회는 조합원들이 각자 차량에 탄 상태에서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됐고, 걸어서 참석한 조합원은 인근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의자에 거리를 두며 착석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드라이브 스루’를 총회로 모여든 수백 대의 차량들만 봐도 고급 대형 외제차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재건축 바람이 불자 가능성을 본 동네 밖 사람들의 돈이 이곳으로 모여들었을 것이다. 돈이 없는 원주민들은 동네 밖 사람들의 돈을 쥐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을 것이고. 이곳을 떠난 그때의 서민들은 지금쯤 어디에 보금자리를 두고 있을까?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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