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불만 제기해도 조정은 3%뿐…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반발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18시 15분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인 5.98% 상승했다.

서울지역은 지난해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린 강남권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공동주택 1천383만호의 공시가격에 대해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 절차,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29일 공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0.4.28/뉴스1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인 5.98% 상승했다. 서울지역은 지난해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린 강남권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공동주택 1천383만호의 공시가격에 대해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 절차,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29일 공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0.4.28/뉴스1
올해 공시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불만을 제기하는 집주인의 의견 접수가 약 3만7000건으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의견이 반영돼 조정된 사례는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해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 청취 기간(3월 19일~4월 8일) 중 총 2575개 공동주택 단지에서 3만7410건의 의견을 접수했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해 달라는 의견이 2만7778건으로 전체의 70%가 넘었다. 2018년 1290건이던 의견제출 건수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2만8735건으로 22배가량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져 공시가격이 조정된 사례는 전체 의견 중 2.4%인 915건에 그쳤다. 이 중 상향 조정된 사례는 130건, 하향 조정은 785건이었다. 시세 9억 원 이상 주택의 의견 제출이 많았던 것과 반대로 하향 조정된 사례의 78% 이상이 시세 9억 원 미만 주택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5.98%, 서울 14.73%로 조정됐다. 3월 공시가격 안에서 전국은 0.01%포인트, 서울은 0.02%포인트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단 민원, 중복 의견이 많아 의견 수용률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집단 민원이 많았지만 특정 단지의 가격을 전체적으로 조정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견 제출이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반면 공시가격은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4월 초에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강남구 대치동 개포동 일대 아파트 16개 단지 약 6700가구가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집단 의견서를 한국감정원에 냈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는 아파트 실거래가와 호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75~80%(시세 9억 원 이상 기준)를 넘어서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3월 공시가격안 기준 15억1400만 원이다. 반면 3월 실거래가는 18억3000만 원으로 현실화율이 80%가 넘는다. 최근 호가가 17억 원대까지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화율은 90%대까지 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84.23㎡의 공시가격이 15억9000만 원으로 3월 실거래가(20억5000만 원)의 약 78%다.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은마아파트는 시세가 내릴 때 수억 원씩 떨어지는 곳인데 공시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며 “재산 가치는 떨어졌는데 보유세만 두 배 가까이 올라 팔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세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을 시세에 비해 낮게 두는 것인데 정부가 법을 고치지 않고 세금을 올리려고 ‘꼼수’를 부리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라며 “경기 악화 우려로 재정이 투입되는 가운데 거시경제의 일부인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9일부터 5월 29일까지 열람 및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의신청에 대한 재조사를 한 뒤 6월 26일 공시가격을 최종 공시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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