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재건 넘어 글로벌 해운 강국으로[기고/문성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23일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는 국내 해운업의 부활을 알리는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인 ‘HMM 알헤시라스호’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명명식이었다. 주인공인 ‘HMM 알헤시라스호’는 20피트 크기 컨테이너를 2만4000개나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다.

HMM(옛 현대상선)은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올해 초대형 선박 12척을 유럽항로에 투입한다. 이 선박들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유럽항로 표준 선형인 1만5000TEU 선박보다 운항비용을 15% 절감했으며, 탈황 장치에 LNG 추진 선박으로 전환이 가능해 친환경 선박 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

최근 HMM은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했다. 하파크로이트(독일), 오엔이(일본), 양밍(대만) 등 글로벌 해운업체 3곳과 적재 공간 및 서비스 항로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국적선사 육성에 힘써 온 정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 정책금융기관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그동안 국내 해운산업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세계 5위권이었던 상선대 보유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 주요 선사의 연합체인 해운동맹에서 소외되는 설움을 겪었다.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산업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했다.

해운 재건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으로 131척의 신규 선박이 발주됐고, 올 연말까지 그 숫자가 총 200척으로 늘어난다. 해운선사와 화주기업 간의 상생을 통해 안정적으로 화물을 확보할 수 있는 ‘우수 선화주기업 인증제’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상생협력과 공정거래 등 해상운송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 선사와 화주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또한 선박금융을 활성화해 선사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지원하고,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선사에 운영자금을 대출하는 등 지원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선사들 또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 노력에 화답하고 있다. 한국해운연합(KSP)이라는 자발적 협력체를 구성해 중복 항로의 구조조정과 선사 간 자율적인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운업계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총 3차례에 걸쳐 3800억 원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을 실시했으며 이달 23일에는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필요하면 추가적인 지원도 지체하지 않을 것이다.

영어에는 ‘돈 미스 더 보트(Don’t miss the boat)’라는 관용어구가 있다.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번 세계 최고의 컨테이너선 투입을 통해 국내 해운산업이 과거 위상을 되찾고, 글로벌 해운 강국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대우조선해양#hmm#글로벌 해운 강국#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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