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업체들, 코로나에도 고용 직결되는 기재 규모 유지키로
이스타항공만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항공기 조기 반납 중
다만 '정부발 LCC 구조조정' 현실화 시 상황 바뀔 가능성도
국내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일제히 위기 경영에 나섰지만 보유 항공기 대수만큼은 사수에 나섰다. 해외에서는 비행기를 팔거나 사막으로 보내며 장기 보관에 돌입하는 사례도 나왔지만, 기재 규모는 곧 인력 규모와 비례하므로 기재를 줄이는 대신 리스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9일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4주차 기준으로 국적항공사의 비행기 374대 중 324대(86.6%)가 주기장에 세워져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가 이어지며 전 세계 ‘하늘길’도 막혔기 때문이다. 4월 셋째 주 기준 전체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98.4% 급감했다.
전 세계 항공산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일부 항공사는 비행기도 줄였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22대의 보잉 항공기를 중국은행이 모회사로 있는 항공기 리스사 BOC에비에이션에 매각하고 재임대하기로 했다. 베트남의 베트남항공은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에어버스 A321-200 5대에 대한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싱가포르항공의 경우 보유 항공기 147대 중 138대를 비운항 중인데, 초대형 A380 항공기 4대는 아예 장기 보관이 가능한 호주의 사막 지역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로 보냈다. 국내에서는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앞둔 이스타항공이 총 23대의 기재 중 10대를 조기 반납키로 하고, 현재까지 5대를 조기 반납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코로나19발 정리해고를 결정했으며 기재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외의 국적사는 항공기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신규 기재 도입 계획 변경을 검토하거나 리스사와의 협의에 나서고 있다. 기재 규모는 고용과 직결되므로 비행기를 줄이는 상황만큼은 늦추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대한항공 외의 대부분 국내 항공사는 보유한 항공기보다 리스 계약한 항공기가 더 많다. 항공사들은 기재 조기 반납 과정이 쉽지 않을뿐더러 향후 사업량이 정상화됐을 때를 대비해 일단 기재 반납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대신 리스사와의 협의를 통해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리스사도 기재를 돌려받는 것보다는 양보를 해서라도 계약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리스사와 리스 비용을 낮추거나 추가 계약은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았을 때의 방침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 기재 축소를 비롯한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단 것이다. 정부가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 지난 2월 발표한 3000억원 한도 내의 금융 지원책 외에는 추가 지원을 내놓지 않자, LCC 업계 내 재편 가능성이 불거지며 이 같은 관측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발(發) 구조조정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이어진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사람들이 다시 여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고, 바이러스가 억제된 이후에도 변동성이 크고 부진한 회복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라며 “회복 기간은 2∼3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CEO인 오스카 무노즈(Oscar Munoz)와 스콧 커비(Scott Kirby)사장도 최근 직원들에 “2020년 남은 기간 동안 수요가 억제돼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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