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내 항만에서 처리한 물동량 중 화물이 실려 있지 않은 공(空) 컨테이너가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월~3월 전국 항만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는 총 714만TEU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711만TEU에 비해 0.4% 증가했으나, 공 컨테이너 처리량이 148만TEU로 전년동기 137만TEU 대비 8.2% 늘어 컨테이너 화물중량 기준으로는 7.2%, 1억2642만톤이 감소했다.
월별로는 처리 화물중량 감소폭이 확대돼, 코로나19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별 처리 화물중량은 1월이 전년 4459만톤에서 4351만톤으로 2.4%, 2월 4212만톤에서 3957만톤으로 6.0%, 3월 4966만톤에서 4334만톤으로 12.7% 각각 감소했다.
부산항의 경우도 화물이 실려있는 ‘적(積) 컨테이너’ 증가율은 2.7%인데 반해 ‘공 컨테이너’의 증가율은 19.9%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코로나19로 중국 내 통관, 내륙 운송 등이 지연돼 중국항만으로 입항하지 못하는 일부 선사들이 공 컨테이너 적치 등을 위해 부산항 기항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컨테이너 화물의 특성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석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장기 계약을 한 상태라 영향이 적은 반면 컨테이너는 주 화물이 소비재로 코로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컨테이너 화물을 포함한 올 1분기 전국 무역항에서 처리한 항만 물동량은 총 3억8892만톤으로 전년 동기 3억9899만톤 대비 2.5% 감소했으나, 비컨테이너 화물 처리 물동량은 총 2억6249만톤으로 전년 동기 2억6262만톤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항만물동량 감소 간 시차가 있는 해운항만업의 특성상 3월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시화돼, 2분기 이후 항만별 물동량 감소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등에서 해운 시황 회복의 초기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는 반가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장조사 기관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가 컨테이너 선박의 중국 기항횟수를 조사한 결과 3월 30일~4월 5일 중국 기항횟수는 2019년보다 상회하는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의 컨테이너 기항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중국발 수출 물량이 다시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또 중국 국가통계국가 30일 발표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8로 집계됐다. 제조업 PMI는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업체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운·항만 경기회복의 낙관론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가는 “중국 제조업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서더라도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수요가 크게 줄어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상황이 회복되더라도 한국 해운·항만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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