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에 20배 이상 거래 늘어
전문가들 ‘손실 우려’ 경고에도 유가급락 투기적 투자 몰린듯
통상 200억∼300억 원 수준이었던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지난달에는 4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투기 수요가 대거 몰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ETN은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하는 파생결합상품으로, 기초지수에는 코스피 등은 물론이고 원유 등 원자재 지수도 포함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412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11월 ETN 시장 개설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207억 원이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넉 달 만에 20배 늘었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각각 254억 원, 358억 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3월 들어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1243억 원으로 치솟았고 4월 들어선 4000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ETN 시장의 거래 대금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국제유가가 급등락한 때문이다.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요동을 치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연계 ETN을 중심으로 투기적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다. ETN 거래 대금의 대부분이 원유 선물 연계 상품이다.
금융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은 ETN 수요 급증으로 가격 왜곡이 생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물 가격이 하락함에도 이를 추종하는 ETN 가격은 급등하는 ‘괴리율’이 한때 10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원유의 실제 가격보다 ETN 가격이 10배 비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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