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 동력으로 평가 받는 자율주행 분야에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앞으로 7년간 1조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해 ‘자율주행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목표 기한 내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자율주행의 경우 택시나 버스 등에서 시범운행이 이뤄질 텐데 ‘타다’처럼 반발에 부딪힐 수 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4개 부처에 따르면 최근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지난 2018년 7월 첫 기획 이후 같은 해 예타 심사와 기술성 평가를 거친 해당 사업은 약 2년 만에 예타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됐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삼정KPMG가 발간한 보고서 ‘자율주행이 만드는 새로운 변화’에 따르면, 국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509억원에서 2035년 약 26조1794억원으로 15년간 170배, 연평균 4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도 자율주행에 대한 상용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지능화·서비스화 등의 혁신적인 변화와 함께 교통사고 해소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미국자동차 기술자 협회(SAE) 기준으로 Δ레벨0 Δ레벨1(운전자 지원) Δ레벨2(부분 자율주행) Δ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Δ레벨4(고도 자율주행) Δ레벨5(완전 자율주행) 등 5등급으로 구분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행차선 이탈방지와 차량 간격 유지 등의 ‘레벨2’가 상용화돼 있으며, 정부는 향후 7년 내에 레벨4 등급의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레벨4는 운전자가 탑승 이후 운전에 최소한의 개입만 하는 단계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의 기술 개발 수준에서 1조원 수준의 예산으로 단기간의 도약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다. 또한 ‘타다’ 등의 혁신사업이 정부의 규제에 막힌 상황에서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율주행 역시 택시나 버스 등에서 시범운행이 이뤄질 것인데 타다 때와 비슷한 반발을 컨트롤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수치에서도 자율주행과 관련한 국내의 상황은 낙관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KPMG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 지수(AVRI: 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순위에서 조사 대상 국가 25개 가운데 13위였다. 인프라는 4위, 기술/혁신은 7위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정책/법률이 16위, 사용자 수용성이 19위에 그치면서 종합 점수가 낮아졌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정책/법률의 경우 5월1일부터 자율주행법이 발효되면 크게 뒤쳐지는 수준은 아니다”면서 “가장 큰 부분이 수용성인데,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자체가 적다보니 거부감이 적지 않다. 정부에서 자율주행 유상 운송 등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타다’ 사례를 예시로 들며 법률/정책의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타다의 사례에서 보면 택시기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법이 생겼다”면서 “자율주행 역시 시범 운행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생태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새로운 무언가가 생겼을 때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결국 반발을 할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들과의 정밀한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식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만큼 단순한 ‘과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용화 단계까지 이뤄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차 연구실장은 “1조원이라는 금액 자체는 작은 돈이 아니다”면서도 “정부가 나서서 판을 깔아주고 기반 기술에 투자를 하는 만큼, 여기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기술이전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민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용진 교수는 향후 ‘7년’이라는 기간동안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이루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 개발이 완벽하게 됐다고 해도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이 되지 않는 이상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는 없고, 결국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무인 공중 이동수단’과 같은 미개척 분야에 손을 뻗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기왕 투자해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든다는 계획이라면 전혀 원천기술에 투자를 하는 쪽이 낫지 않겠나”라면서 “무인 공중 이동수단의 원천기술이 개발된다면 이를 토대로 지상 자율주행에도 투자하면서 더 효율적인 발전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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