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사고 69회 병원치료도 보험업계 “한방 과잉진료 문제”
1인당 진료비, 양방의 2배 넘어… 업계 “세부심사지침 마련해야”
40대 남성 A 씨는 2년 전 앞차의 후미를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뒤 번호판만 찌그러지는 경미한 사고였고, 피해자도 경상이었지만 A 씨의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불한 비용은 1000만 원에 가까웠다. 1년 2개월간 69회에 걸쳐 한방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은 탓에 치료비만 450만 원이 나왔고, 향후 치료비 명목으로 합의금 500만 원도 건넸다.
교통사고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의 과잉진료로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로 인해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하면 전체 보험료가 인상돼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5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1조7494억 원이었던 경상환자 지급 보험금은 2018년 2조4651억 원으로 4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그 외 등급(상해등급 1∼11급)을 대상으로 지급한 보험금이 1조3190억 원에서 1조3907억 원으로 5.4% 증가한 데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금 증가의 한 원인으로 한방병원의 진료비 증가를 꼽는다. 양방의 경우 대다수 진료가 급여 항목으로 편입돼 있어 구체적인 진료 횟수와 처방, 투약 등이 규정되지만 한방은 비급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 없이 의사의 판단에 따른 진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주요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가 밝힌 경상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지난해 기준 64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양방병원의 경우 1인당 평균 진료비가 32만2000원에 불과하지만 한방의 경우 76만4000원으로 양방의 2배를 넘어 전체 진료비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경상환자가 진단서 없이 무기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재해 보험의 경우 의사가 진료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건강보험은 자기부담금 제도를 이용해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예방하고 있다.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로 골치를 앓던 영국은 2021년 4월부터 모든 경상환자의 진단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치료기간을 설정해 치료기간별 배상금 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0억 파운드(약 1조5200억 원)의 보험금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제도적 보완과 함께 ‘교통사고 나면 무조건 뒷목부터 잡고 내리라’는 이야기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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